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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Mar 29. 2022

묻히기 싫다

라이킷을 누르는 이유


회사 홍보팀에서 웹진을 담당했던 시절, 한 달을 꼬박 매달린 웹진을 고객 이메일로 발송하고 나면 몇 명이 이메일을 읽었는지, 어느 꼭지의 글을 가장 많이 클릭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난 또 그걸 수시로 확인했다. 그들이 내가 쓴 글을 읽었는지, 열어만 보고 바로 창을 닫았는지 알 수 없기에 그저 숫자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댓글도 뭐도 없기에 누군가의 클릭 한번이 그렇게 감사했고 그간의 노력보상받은 듯 행복했었다. 그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기에...




브런치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글들이 올라온다. 브런치 나우 맨 밑에 자리하고 있는 '브런치 최신글'은 화살표(>)를 누르지 않는 이상 달랑 스무 개의 글만 눈에 띈다. 이러니 글을 올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목록에서 사라지지. 그 누가 화살표까지 눌러가며 최신글들을 볼까. 나도 평소엔 브런치 홈이나, 브런치 나우에 들어갔을 때 눈에 보이는 몇 개의 글들만 본다. 실로 클릭을 한 번이라도 받은 글보다 묻히는 글의 수가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오랜 시간 소재와 주제를 고민하고, 글을 쓰고 공들여 깎고 깎아 어렵사리 내놓은 글이 순식간묻히는 게 난 그렇게도 싫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이상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줬으면, 공감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안 할 수가 다. 그것부터 잘못이라면 워드로 작업해서 그냥 내 컴퓨터에나 저장해야지. 하여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시간에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리고 그날은 브런치에 올라오는 새 글에 모두 라이킷을 눌렀다. 내게 라이킷은 "우리 집에 한번 와 볼래?"란 초대의 목적이었다. 그걸 구독자 수, 라이킷을 구걸하는 행위로 단정 지으며 해명을 요구하니... 억울 조금.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조회수만으로 충분한데.


처음부터 난,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른 사람 모두가 내 글을 정독했다는 생각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읽고 싶게 썼으면 읽었겠지! 일단 우리 집에 와 준 것만으로 감사하네? 딱 여기까지였다. 정독을 하든, 훑든, 넘기든 그건 독자의 몫이었다. 나 역시도 일단 라이킷을 누른 후에 이 사람은 어떤 소재로 썼는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냈는지 봤다. 뭐지? 싶은 글도 분명 있었지만 굳이 라이킷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그도 어쨌든 나처럼 공들여 썼을 테니까. 한편 재미있고, 유용한 글은 두 번, 세 번 읽었다. 그렇다 해도 잘 읽었습니다!라는 댓글을 일일이 남기지는 않았다. '진짜 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글에만, 소통이 되는 작가님의 글에만 댓글을 남겼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대로' 읽고 댓글을 단 사람만 '라이킷'을 누르라고 브런치 어딘가에 명시되어있나?




여기, 저, 있어요.

내 글을 내가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라이킷' 뿐이었다. 아니면 브런치 홈 또는 다음 포털에 소개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건 너무 수동적이니까. 그렇다고 그곳에 소개되는 글들만이 읽을 만한 글일까? 아니다. 묻힌 글이 훨씬 나은 글일 때가 더 많았다. 그분들은 자신의 글이 아깝지 않나. 정녕 그렇게 묻혀도 괜찮은가. 난 괜찮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공들여 쓴 글이 아까웠고,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불쌍한 내 새끼...


조회수에 연연하고 있는 , 맞다. 내가 누른 라이킷으로 몇 명이 우리 집에 놀러왔는지, 명이  존재를 알았는지, 또 그들 중 몇 명이 내 글을 읽었는지 대략이나마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니까.


정말 공감해서, 글을 정독하고 댓글을 정성스럽게 달고 라이킷을 누르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으로 누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게 그렇게 지탄받아 마땅할 일까지는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었다. 글은 읽지도 않고 라이킷만 누른다고, 타인의 글은 읽지도 않는 사람이 작가냐, 니 글만 홍보하면 다냐, 말하기 전에 '읽고 싶게 글을 쓰면' 될 일이다. 그런 글은 절대 라이킷만 누르고 바로 뒤돌아가지 않는다.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한다면 그만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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