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얘기 신나게 하다가 갑자기 가방을 사겠다는 이야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다는 표현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푸근하기도 하고 안정적이기도 하고..
4월의 마지막 날 부산에서 모든 짐을 정리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에 왔다.
그리고 그날부터 학원 오픈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았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사실 지금은 학생도 없고 할 일도 없다.
아직 가구들이 다 들어오지 않아서 정리할 곳도 없어 일단 짐들을 여기저기 적당히 숨겨두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쪽으로는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보이면 치워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치울 수는 없고, 그럼 이상하게 짜증이 난다.
바쁘게 수업을 하고 일을 할 때는 수업 좀 안 했으면... 했는데 막상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니 제발 수업 좀 했으면 싶다.
그래도 오늘은 화상수업을 하더라도 나랑 하고 싶다는 친구들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침에 문 열어놓고 청소하고 준비해두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좀 하다가 밥 먹고 졸려서 화장하고 멀리했다.
집에서 준비를 해서 오기는 했지만 너무 졸려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잠 깨는 데에는 역시 좋아하는 일이 최고다.
나는 어릴 때부터 화장하고 머리 하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입술에 립스틱 범벅을 해놓은 그런 아이들이랑은 다르게 어릴 때부터 입술선에 맞추어 립스틱을 바르는 아이였단다.
그런 아이가 커서 코덕이 된 것이다.
나는 화장품을 사는 것도 정말 신나고 화장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립스틱 색에 따라서 기분도 달라지는 것 같고, 아이섀도에 따라서 내가 달라지는 게 정말 재미있다.
어느 날은 화장을 바꿔보고 어느 날은 머리를 바꿔본다.
사실 머리는 화장하는 것만큼 하지는 못한다.
착한 내 친구들은 나보고 손재주가 좋다며 칭찬을 하지만 머리는 정말 어렵다.
그래도 머릴 하고 화장을 하는 날은 기분이 좋다.
그렇게 풀 세팅을 하고 옷 까지 갖춰 입고 나면 나는 뭔가 더 신이 난다.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기분 좋은 일중에 하나는 바로 그것이다.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고 옷을 갖춰 입고 출근하는 것.
이제 가방에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작은 핸드백도 든다.
자동차 키랑 지갑만 넣어도 되는 가방들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부산 집을 정리하고 학원 오픈을 준비하면서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이번 주도 쉬지 않을 생각이다.
백화점 가서 엄마가 극혐 하는 손바닥만 한 가방을 사볼까 해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