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제발 눈치 좀 챙겨.
다를 줄 알았다. 다를 거라고 기대했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했고, 장소도 좋았고 다 좋았다.
보는 사람들마다 다들 정말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잘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괜히 들떴다.
잘 되어야만 했다. 이제 더 이상 전전긍긍 살기 싫었다.
잘 안되고 있다. 다르지 않았다.
아니다. 달랐다.
나를 믿어주고 좋아해 주던 아이들과 함께하던 그 시절을 자꾸만 생각한다.
그때는 그래도 고정적으로 버는 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돈 따위 없다.
있는 것에서 야금야금 해 먹더니 이제 잔고가 바닥이 났다.
그런데도 나는 홍보하랴 필요한 물품 사랴 돈을 쓴다.
이런 건 해본 적도 없는 엄마는 무슨 돈을 그렇게 쓰느냐며 이젠 아무것도 사지 말란다.
요즘 아이들, 요즘 엄마들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안 그래도 애들이 없는데 몇 명 있는 아이들이라도 지키려면 입에 뭐라도 넣어줘야 할 것 같아 간식도 사야지. 또 수업에 필요하니까 태블릿 pc도 사야지.
나는 없는 주머니에서 계속 돈을 꺼내 쓴다.
내 주머니는 구멍이 나다 못해 너덜너덜 해졌지만 채워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배는 고프다.
이 상황에도 배는 고프고 먹고 싶은 건 생각나고 웃긴 걸 보면 웃음이 난다.
한 달 동안 문의전화가 단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오픈 첫 달은 오픈빨이었을까?
한 달 지나자마자 정말 짠 것처럼 전화도 오지 않고 지나가다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하염없이 문 밖만 쳐다보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문을 등지고 앉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 때문인 것 같아서 다시 자리를 바꿨다.
다시 문을 보고 앉기로 했다.
엄마 아빠는 밥 못 먹고 늦게 오는 내가 걱정이 돼서 자꾸만 일찍 오라고 한다.
나도 괜히 전기세 쓰지 말고 일찍 가야겠다며 몇 주를 일찍 들어갔다.
아무래도 그래서 인 것 같아 이제 일찍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엄마 아빠는 번갈아가며 언제 오느냐 전화하고 문자를 한다.
엄마. 내가 지금 밥 먹고 일찍 자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다달이 월세에 전기세에 수도세에 나갈 돈은 정해져 있는데 고작 전기세 정도만 벌어서 어떡해.
밥 같은 거 안 먹어도 돼.라고 하지만..
사실 엄청 잘 먹는다.
진짜. 이 판국에 밥이 입에 들어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