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Ah Jul 25. 2022

알뜰민작가

내일부터 가계부를 쓰려고요

한 때 나도 그랬다.

내가 사장이라는 게, 내가 원장이라는 게 나름 뿌듯했다.

그래서 같이 일하자고 프로덕션 대표에게 온 전화를 받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요. 저는 방송은 이제 별로 생각이 없어요.”

사실 그때까지의 내 생각은 프리랜서보다는 사장이었다.

프리랜서로 지내는 동안 일이 없을 때 돈 없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사장은.. 일이 있든가 없든가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 돈이 있었다. 내가 쓰는 생활비에 운영비까지 프리랜서보다 돈이 훨씬 더 들어갔다.

 여기 오기 전, 부산에서는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기본 생활비는 해결이 가능했다. 가끔 여행도 갈 수 있었고 가방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잊고 있었다. 부산에서도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었다는 것을.



 부산에서도 처음엔 학생이 없었다. 그러다 열명이 되고 스무 명이 된 것이다. 그렇게 30명 40명 만드는데 1년이 더 걸렸다. 부산에 처음 내려간 그 해 여름에는 휴가도 가지 않았고 본가에 올라와서 쉬었다. 휴가도 못 간다며 우울해하는 나에게 엄마 아들은

“야 휴가가 쉴휴에 집 가 이거야. 집에서 쉰다. 그러니까 너야말로 진짜 휴가야.”

하며 위로했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에게는 꽤 위로가 됐다.

 ‘이번 휴가는 엄마 밥 먹으면서 편하게 쉬는 거야’라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도 딱이었다.

 그런데 올 해도 나의 여름휴가는 글렀다. 그래도 모처럼 길게 쉴 수 있어서 어디 가까운데라도 가볼까 했는데 숙소도 없다.

 숙소는 있지. 내가 가진 돈으로   있는 숙소가 없다는 것이다. 놀러 가는 기름값, 가서  까지 더하면 족히 30 들어갈 텐데  돈이면 나의 8월에 여유를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손이 오그라들고 여름휴가는 없는 것으로 하고 싶어졌다.


 학생이 늘지 않아서, 남들처럼 휴가를 가지 못해서 우울하다는 나를 보며 엄마가 그랬다. 남들처럼 다 하고 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런데 그게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고.


 그래. 올 해는 미리 친구들하고 짧지만 다녀오기도 했고, 학생 60명 되기 전 까지는 본격 알뜰민작가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참아야지!


 작년에 쓰다가 만 가계부가 어디 갔지? 아오 ㅋㅋㅋ



작가의 이전글 밥이 입에 들어가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