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가계부를 쓰려고요
한 때 나도 그랬다.
내가 사장이라는 게, 내가 원장이라는 게 나름 뿌듯했다.
그래서 같이 일하자고 프로덕션 대표에게 온 전화를 받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요. 저는 방송은 이제 별로 생각이 없어요.”
사실 그때까지의 내 생각은 프리랜서보다는 사장이었다.
프리랜서로 지내는 동안 일이 없을 때 돈 없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사장은.. 일이 있든가 없든가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 돈이 있었다. 내가 쓰는 생활비에 운영비까지 프리랜서보다 돈이 훨씬 더 들어갔다.
여기 오기 전, 부산에서는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기본 생활비는 해결이 가능했다. 가끔 여행도 갈 수 있었고 가방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잊고 있었다. 부산에서도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었다는 것을.
부산에서도 처음엔 학생이 없었다. 그러다 열명이 되고 스무 명이 된 것이다. 그렇게 30명 40명 만드는데 1년이 더 걸렸다. 부산에 처음 내려간 그 해 여름에는 휴가도 가지 않았고 본가에 올라와서 쉬었다. 휴가도 못 간다며 우울해하는 나에게 엄마 아들은
“야 휴가가 쉴휴에 집 가 이거야. 집에서 쉰다. 그러니까 너야말로 진짜 휴가야.”
하며 위로했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에게는 꽤 위로가 됐다.
‘이번 휴가는 엄마 밥 먹으면서 편하게 쉬는 거야’라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도 딱이었다.
그런데 올 해도 나의 여름휴가는 글렀다. 그래도 모처럼 길게 쉴 수 있어서 어디 가까운데라도 가볼까 했는데 숙소도 없다.
숙소는 있지. 내가 가진 돈으로 갈 수 있는 숙소가 없다는 것이다. 놀러 가는 기름값, 가서 쓸 돈까지 더하면 족히 30은 들어갈 텐데 그 돈이면 나의 8월에 여유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손이 오그라들고 여름휴가는 없는 것으로 하고 싶어졌다.
학생이 늘지 않아서, 남들처럼 휴가를 가지 못해서 우울하다는 나를 보며 엄마가 그랬다. 남들처럼 다 하고 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런데 그게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고.
그래. 올 해는 미리 친구들하고 짧지만 다녀오기도 했고, 학생 60명 되기 전 까지는 본격 알뜰민작가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참아야지!
작년에 쓰다가 만 가계부가 어디 갔지? 아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