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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Dec 30. 2022

새 신을 신고 갈 데가 없다

아니 근데 진짜 내 느낌엔 이 새끼도 yes였는데ㅋㅋ

그 사람이 좋았다.

다정한 말투, 잘생긴 얼굴, 듬직한 어깨, 훤칠한 키, 좋은 직업 이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나도 착해지는 것만 같았다.

같이 있으면 온 세상이 온화해지는 것 같았다.

그냥 카톡대화인데도 나는 웃었다.

그 착한 마음에 동화되는 것 같았다.

내가 앞으로 이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단번에 ‘아니’라는 답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나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미 정말 좋은 사람인 걸 알았기 때문에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기대라면 ‘이 사람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거나 ‘나에게 빠졌으면 좋겠다’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삐걱거렸다.

그 사람을 주려고 주문한 핸드워시는 시간이 지나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만나면 신으려고 산 신발 역시 빨리 와야 다음 주라고 했다.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나는 재빨리 신발을 다시 고르고 선물도 다시 골라야 했다.

그러다 문득 ‘너무 비싼 건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건 하늘의 개시인 걸까? 싶게.

 나는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로 다시 준비했다.

 성분이 좋아 추천받아 쓰고 있는 립밤과 급하게 준비한 소독제. 너무 약소한가 싶어 내가 쟁여두고 쓰는 선크림을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예쁘기만 한 볼펜과 작은 카드를 준비했다.

 그냥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거창하지 않게. 담백하게.

 당신과 연락하는 동안 정말 좋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만나는 날 난 30분이나 늦었다.

 택시가 안 잡힌 건 맞지만 애초에 내가 늦게 나왔고 택시가 안 잡혀서 차를 가지고 나가느라 약속시간보다 훨씬 늦게 나갔다. 거기다 그날 차가 너무 많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었다. 겨우겨우 주차를 하고 약속장소로 갔는데 그 식당은 대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남자가 서 있기는 했는데 내가 만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듣기로는 굉장히 못생기고 엄청 마른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 남자는 못생기지도 않았고 마르지도 않았었다. 근데, 그 남자가 내가 만날 사람이었다.


 밥은 너무 맛이 없었다. 나름 자기가 먹어보고 신경 써서 고른 것 같았는데 진짜 맹맛이었다. 그리고 카페로 자릴 옮겼는데 이번엔 햇빛과 온풍기가 양방향에서 공격을 해왔다. 안 그래도 후끈거리는 얼굴에 양쪽에서 열기를 더한 바람에 너무 더웠다. 좀 한 번 화장실도 가고 화장도 고쳤어야 했는데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아서 화장실에 그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처음 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내내 같이 있고 싶었던 적이.

 처음이었다.

 처음 봤는데 어색하지 않았던 사람이.

 처음이다. 보자마자 의지하고 싶었다.


우리가 만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이 사람은 그 후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것이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나는 당연히 연락하지 않았다.

친구들도 말렸다. 하지 말라고.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너무 늦었겠지?

그날 신으려고 산 구두가 오늘 도착했다.

구두는 예쁜데 마음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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