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던 것이 아닌데...
길냥이들에게 밥을 줬었다.
진짜 우연히 길냥이가 고인 물을 먹는 걸 보았고 그게 안타까워 물을 먼저 챙겨주었다.
그러다 문득, 아 물도 못 마신 아이가 밥은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요즘 편의점엔 진짜 없는 거 없이 다 있다던데 고양이 사료는 없더라.
고양이 간식도 없고...
그래서 동네 편의점을 다 돌았다.
다들 고양이 사료는 팔지 않았고 한 곳에서 고양이 캔을 팔아 그걸 세 개 사 왔다.
두 개는 바로 따서 그릇에 부어두었고 캔 하나는 다음 날 주려고 아껴놨다.
거기에서 끝냈어야 했을까?
거기에서 끝냈으면 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까?
나처럼 미련이 많은 인간이 누군가에게 정을 주다니. 겁 없이.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쿠팡에 들어가 로켓배송으로 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다.
오랜 시간 굶었을지 모를 아이를 위해 캔도 몇 개 더 주문했다.
아직 나는 차에 고양이 캔을 가지고 다닌다.
다니다가 혹시 길냥이들이 보이면 주고 싶어서 꼭 하나씩 챙겨 다닌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얼굴도 모르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고양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냥 배곯은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챙긴 것이기 때문에 그릇도 편의점 일회용 그릇이었다.
고양이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고양이들이 와서 밥을 먹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매일 사료가 줄어들어 있었다.
그때 그 기쁨이란 정말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남자친구와의 첫 키스보다 훨씬 황홀했으니까.
그렇게 나의 고양이 식당은 날로 발전했다.
편의점 일회용 그릇에서 플라스틱 그릇으로, 아이들 실리콧 그릇에서 진짜 고양이 급식소로.
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하고 난 더 본격적으로 밥을 챙겼다.
사료를 가득 부어주고 물도 가득 채워 넣어주었다.
사료가 줄어든 걸 보면 그렇게 안 할 수가 없었다.
난 고양이 식당의 주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