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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Jan 15. 2024

제가 알아서 잘 살게요.

그렇게 남자가 만나고 싶으면 네가 만나세요.

난 어떤 관계든 목적이 있는 관계는 싫다.

관계를 맺을 땐 처음 만나서 알아가고, 친해지는 단계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친구 사이든 남녀 사이든 똑같다.

처음부터 우리는 사귀거나 헤어질 거야. 또는 결혼하거나 헤어질 거야.라고 정의 내린 관계 맺는 것이 싫다.

어떤 목적을 향해 달리다 보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가 못 보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나는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노처녀'다.

늙은 처녀 젊은 처녀가 어디 있을 까만은 우리나라는 그렇게 늙은 여자들에게 박하다.

부르는 것부터 예쁘지 않다.

뭐 결혼해서 늙으면 좀 다른가?

아무튼 내가 노처녀에 접어들고 나서부터 결혼을 목적으로 한 선자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미 '비혼'을 선언했음에도 사람들은 남자를 소개해주지 못해서 안달이 나 보였다.


이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는 걸까?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하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걸까? 아니면 듣지 않는 걸까?

난 결혼이 하고 싶지 않고, 남자를 만나더라도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 나이의 남자들은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선이 들어오면 거절해야만 했다. 일단 결혼을 안 하려는 사람이 선을 본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런데 왜 자꾸만 선을 보라고 말하지?

내가 분명히 결혼생각이 없고, 아이 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했는데.

심지어 아는 사람이면 말도 안 해.

자기도 그 사람이 몇 살인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주변에 누가 괜찮은 여자 없냐는 말에 나를 이야기했단다.

나이는 거의 50이라는데 정확한 나이도 모른다면서 한 번 만나보란다.


"난 싫어. 나이 차이 너무 많은 사람도 싫고 50살도 싫어."

라고 했더니

"50은 아니야." 이런다.

50 가까이 됐지만 50은 아니라는 말이 대체 무슨 말이지?

그래서 그럼 정확한 나이가 어떻게 되냐니까 그건 모른다고 하길래 그런 식으로 소개 안 하면 좋겠다고 좋게 이야기하고 마무리했다.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틈만 나면 50 먹은 그 남자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꾸 만나보란다.

그만하라고.

나이가 많은 게 문제가 아니고 그 나이면 분명히 결혼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결혼할 여자를 찾을 텐데 난 그러지 않으니까 서로 목적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여자는 결혼하면 집안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고 이런 성 역할을 구분 짓고 그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하더라.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은 만나기가 걱정된다.

고까지 했다.

난 충분히 내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고 다시는 그 말을 꺼내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만나보라고 한다.



"직업도 모르고, 나이도 제대로 모르면서 왜 자꾸 만나라고 하는 거야? 내가 이 나이에 결혼 안 하고 혼자 살아서 불편해?"

라고 했더니

"그 사람을 만나고 안 만나고는 니 선택이야."

이러고 앉았다.


아니 내가 싫다고 여러 번 말했잖아. 왜 싫은지 왜 만나고 싶지 않은지까지 이유를 설명했는데 대체 여기에서 어떤 선택이 더 필요하지?

나는 이미 그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택했고, 통보했는데도 만나보라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내 선택이라고?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나 같은 싱글인 여자가 쓴 글을 봤다.

대한민국에서 나이 든 여자가 싱글로 살려면 세상 불쌍한 척을 해야 한다고.

나이 들고 결혼도 못 한 주제에 너무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면 안 된다고.

그럼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깎아내리려고 한다고.

설령 내가 행복해도 그들에게 난 불행하다고 자꾸 하소연을 해야 그들이 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고.

난 그 글을 보면서도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네.

더구나 여자가 서른 넘으면 노처녀고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야지. 같은 나이를 후려치는 듯한 말까지.

내가 서른이 넘었는데 왜 50을 만나야 하지?

설령 내가 50이라도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싫다는 사람에게 강요하지?


나에게 50살 남자를 소개해준 친구가 그런다.

"너도 나이 많아."라고.

이런 식으로 후려치고 싶은 걸까?

넌 이 정도 남자밖에 만나지 못할 나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걸까?

진짜 못돼 처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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