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글도 그만 써야겠어요.
제주도로 숨어버리겠다는 말을 종종했다.
그냥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누구와 경쟁도 하지 않고,
내가 좋은 것, 내가 기쁜 것만 생각하며 살고싶다는 생각을 오래토록했다.
내내 경쟁을 하며 살았다.
학교 다닐 때는 좋은 성적으로,
일을 하면서는 남다른 글빨과 시청률로,
지금은 아이들의 수로.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을 뿐이고
내가 잘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돈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돈을 벌어야 했고, 그것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목표지향적인 사람이고 승부욕도 강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고,
남들보다 잘 해야만 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아무하고도 경쟁하지 않고, 아무하고도 싸우지 않고 그냥 나만을 위해 살고 싶었다.
최근에 주변에 논술학원, 독서학원들이 여러개 들어섰다.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분산이 되고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있던 아이들도 나갈 수 있다.
중학생 아이들은 내신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당장 눈 앞의 성적이 먼저라며 그만둔다.
또 요즘 경기가 안 좋아지는 것도 한 몫 한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아이들 학원이란다.
그 중에서도 논술.
수학은 해야하고, 영어도 해야하고, 매일 가는 피아노나 태권도 중에 하나, 그리고 그 외의 과목 하나.
일단 제일 첫번째로 순위에 오르는 것이 논술과 미술, 발레이고 피아노나 태권도는 차순이란다.
참 야속하지. 논술은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기 때문에 학원비도 싼데...
또, 이만큼 했으니 됐다. 싶어서 그만두기도 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정말 이렇게 글을 잘 쓰게 될지 몰랐어요. 그래서 그만두려고요."
"네?"
"이 만큼 하니까 이제 부족한 거 더 시키려고요."
아.........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들은 그만두고 그 만큼 채워지지 않으니
'내가 부족해서 그렇구나'하는 생각만 든다.
그래도 글로 벌어먹고 산 사람인데,
어딜 가서도 글 잘 쓴다고 소리를 들었는데.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여기저기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가서 전교 1,2등을 하기도 하는데.
그 아이들이 아직도 나에게 감사하다고 연락을 해오는데
대체 내가 뭐가 부족한거지?
내가 지금 여기에서 뭘 잘못하고 있길래 이렇게 그만두는 거지?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진짜 그만해야하나?
그만두는게 맞는 걸까?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2년 넘게 해왔는데 누구는 100명 누구는 고작 50명이면...
그 사람보다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부족한 나는 그만 해야겠다.
계속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되고,
나의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는 것을 확인한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하는 일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