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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r 21. 2024

엄살쟁이의 의외의 장점, 공감능력

공감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타인을 돕는 등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하는 장면에서 공감이 활약한다. 인간에게 공감능력이 없었다면,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공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인간과 동물 연구를 진행했다. 일례로 원숭이 연구를 통해 발견된 것이 바로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다. 물론 이 연구의 시작은 공감이 아닌 손으로 물체를 잡거나 세심하게 다루는 신경을 알아보기 위해 시작됐지만, 우연히 발견된 신경세포로 인해 공감 연구로 확장됐다.


거울뉴런이란 내가 특정 행동을 할 때와 다른 사람이 특정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거울 뉴런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내가 행동하는 것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하품이다. 옆 사람이 하품하면 따라하는 것은 거울뉴런이 이끄는 공감 현상이다. 그래서 공감능력이 결핍된 사이코패스는 하품을 따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타인의 모든 행동에 거울뉴런이 발동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행동에 국한돼 있다. 거울뉴런이 인간에게 존재하고 공감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감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반응하는 것 역시 공감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역시 자신이 고통을 느낄 수 있어야 타인의 고통을 더 잘 감지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고통에 둔감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낀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 경험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증 공포(엄살)가 심한 사람은 공감을 더 잘할까?


증 민감도는 통증에 대한 공감을 높이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지만, 어떤 경로로 공감을 높이는 것인지에 관한 연구는 드물다. 중국과학원(University of Chinese Academy of Sciences) 심리학과 챠오위에 런(Qiaoyue Ren) 교수 등의 연구진은 통증에 민감한 것이 고통에 관한 정서적/인지적 반응을 통해 공감 반응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이를 입증했다.



출처: Ren, Q., Lu, X., Zhao, Q., Zhang, H., & Hu, L. (2020). Can self‐pain sensitivity quantify empathy for others' pain?. Psychophysiology57(10), e13637.


실험은 다음과 같다. 1초 동안 화면을 응시한 후, 사진 하나의 사진에 1.3초 노출된 다음, 2초 후에 고통의 강도와 불편감을 10점 만점으로 보고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통증에 대한 민감도는 고통 관련 인지적, 정서적 반응을 통해 정서적 공감으로 유도됨이 밝혀졌다. 통증 민감도가 높은 엄살쟁이들은 통증에 대한 불안, 두려움, 통증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반추 등 정서적,인지적 반응을 거쳐 공감반응에 이른다. 엄살쟁이들은 통증에 대한 공포감이 크고 이는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 반응을 이입할 수 있다.


당신이 힘들고 괴로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엄살쟁이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 이들이 진정 당신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주변에 엄살쟁이들을 두는 것은 정서적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당신의 친구들이 모두 다 대범한 사람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엄살쟁이들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누군가와 말이 안통한다고 느꼈다면, 그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서가 아니라 엄살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살은 인간관계에 이롭다. 그렇다고 가짜 엄살에 속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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