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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y 27. 2024

열정적인 강사에게 느끼는 빚진 감정을 버려라

열정이 넘치는 강사를 보면 어떤 감정이 드는가?


내용에 몰입하면서 학습의 즐거움을 느끼는 편인가? 아니면, 저렇게 열심히 강의하는데 졸지 말고 잘 들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드는가?


만약 당신이 의무감을 느끼며 강의에 참여한다면 안타깝게도 학습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교육마다 목표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교육은 학습한 내용을 현장에 적용하고, 다른 구성원과 공유하며 성과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교육훈련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강사의 태도와 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강사의 카리스마는 전달력을 높이고, 적절한 시각자료와 교보재는 이해도를 높인다. 


그런데, 강사의 열정은 양날의 검이다. 그 열정이 카리스마로 비쳐지면 전달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나, 열정 넘치는 강사를 보면서 학습자들이 의무감을 느낀다면 학습효과는 높지 않다.


인사심리학 최신호에서 이에 관한 주제를 다룬 논문이 게재됐다(Roch, S. G., Zhuang, W., Park, J., Jin, F., & Brooks, R. R. (2023). Do just trainer behaviors matter? An investigation of felt obligation, affect, and endorsement of the just world hypothesis. Journal of Personnel Psychology.).


학습 장면에서 의무감을 느낀 학습자들의 자기효능감, 동기, 성과 등은 개선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의무감만으로는 개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에 학습 장면에서 긍정 정서를 느낀 학습자들의 개선 효과는 컸다. 그렇다고 학습이 무조건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는 것도 긍정정서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긍정정서를 느낀 사람들의 학습효과가 크다는 사실이다. Fredrickson의 확장 및 구축이론(broaden and build theory)에 따르면, 긍정적인 감정은 행동을 확장시켜 다양한 시도를 하게 한다. 또한 긍정적인 감정은 인지적 자원을 확보해 기억력을 높인다. 정리하면, 학습에는 부정 동기보다는 긍정 동기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Higgins의 조절초점이론(regulatory focus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이상적 자아, 실제 자아, 의무적 자아 이렇게 3가지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자아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 다른 동기가 유발된다. 실제 자아가 이상적 자아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상적 자아에 접근하고 자아를 향상(promotion)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 실제 자아가 의무적 자아에 초점을 춘다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상황을 회피하고, 예방(prevention)하고자하는 동기가 생길 것이다.


출처: Huang, J. (2014, May). How positive and negative outcomes affect members’ satisfaction in social network communities: a regulatory focus theory perspective. J. Huang.



이상적 자아에 접근할수록 긍정정서는 높아지지만,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는 부정정서를 줄일 수는 있지만 긍정 정서를 높일 수 없다.



출처: Higgins, E. T., Nakkawita, E., & Cornwell, J. F. (2020). Beyond outcomes: How regulatory focus motivates consumer goal pursuit processes. Consumer Psychology Review3(1), 76-90.


Higgins는 Promotion 상태일 때, 학습과 호기심, 발명, 상상, 발견 등의 활동이 더 활성화되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반면에 Prevention 상태일 때는 확인하고 측정하고, 판단하고 검증하는 활동이 활성화된다. 


강사의 열정에 의무감을 느낀다면, 이상적 자아에 초점을 맞춘 Promotion 상태가 아니라 의무적 자아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이때는 적극적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강사의 열정에 보답하고자하는 빚진 감정을 느끼며 수강하는 것은 학습에 도움되지 않는다. 내용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의 문제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 솔루션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호기심이나 문제가 해결된 상태, 즉 이상적 자아에 초점을 맞춘 동기여야 효과적이다.


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열정적인 지휘자를 보며 관객은 공연을 즐길까, 아니면 어떤 의무감을 느낄까? 뮤지컬이나 연극의 커튼 콜도 그렇다. 의무감의 기립박수일까, 진짜 행복해서일까. 분명한 것은 제대로 알아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남들 눈치보며 따라서 일어나고 따라서 박수를 치지 않으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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