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팀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인해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A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좌절하고 있다. 같은 팀 동료인 당신은 A에게 다가간다.
"힘들지? 퇴근하고 한 잔 하며 얘기할까?"
사람들은 감정적 경험을 주변 사람과 공유하면 그 경험에 대한 이해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믿음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최근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사회적 공유는 양날의 검(The Double-Edged Sword of Social Sharing)>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보면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는 사회적 공유(social sharing)는 항상 좋은 전략이 아니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사례를 보자.
영희는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나눈다. 그녀는 자신의 좌절감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그 결과, 영희는 자신의 감정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어 좌절감과 슬픔을 구별하고 감정을 정리하게 된다.
철수는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지만, 대화 중에 지나치게 반추(rumination)한다. 그는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계속 되풀이하며 이야기하고, 그 결과 철수는 감정에 더욱 혼란을 느끼고, 분노, 불안, 슬픔과 같은 감정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감정의 사회적 공유가 득이 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반추(ruminaton)이라는 과정 때문이다. 반추는 소가 여물을 되새김하듯이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집착해 반복적으로 곱씹는 과정이다. 같은 생각을 반복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소모적이며 우울이나 불안을 악화시킨다. "내가 왜 그랬을까?",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를 반복한다. 결과적으로 반추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증가시키고 문제해결보다는 감정적 혼란을 증폭시킨다.
성찰(reflection)은 다르다. 성찰은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건설적인 과정이다. 자신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더 나은 미래 행동을 계획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추는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감정적 고통을 유발하지만, 성찰은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총 4개의 연구에서 65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하루에 여러 번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감정과 사회적 공유 경험, 그리고 반추 수준에 대해 보고했다.
실험 결과, 반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공유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 수준이 떨어졌다. 감정 구분(emotional differentiation) 능력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얼마나 잘 구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감정구분능력이 낮은 사람은 여러 감정을 혼동하거나 일반적인 표현으로 묶어버린다. 각 감정을 명확히 이해해야 감정에 맞는 대처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분노, 우울, 짜증, 슬픔을 구분하지 못하고 동시에 느끼는 혼란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
예를 들어, 분노와 슬픔은 혼동되기 쉽다. 중요한 프로젝트에 실패했을 때 한편으로 실망스럽고 슬프지만, 또 한펴으로는 현재 자신의 상황에 화가 날 수 있다.
출처: Sels, L., Erbas, Y., O’Brien, S. T., Verhofstadt, L., Clark, M. S., & Kalokerinos, E. K. (2024). The double-edged sword of social sharing: Social sharing predicts increased emotion differentiation when rumination is low but decreased emotion differentiation when rumination is high. Psychological Science, 35(10), 1079-1093.
그런데, 반추 상태일 때, 이런 감정 구분이 더 힘들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사회적 공유는 양면성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사회적 공유를 하지만, 반추가 높은 경우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퇴근하고 한 잔을 나누는 상황에서 당신의 동료인 A가 만일 반추만 하고 있거나, 당신이 A의 반추를 부추긴다면, 이 술자리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감정은 더 복잡해지고 스트레스는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반추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무엇보다 자기연민(self-compassion)이 필요하다. 자기연민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위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른 누구에게보다도 스스로에게 던지는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성찰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회적 공유가 항상 도움이 되진 않지만, 성찰을 돕는 사람이라면 환영할만하다. 이 사람들은 당신의 감정과 경험을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문제를 작게 나누고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 집중해 행동에 옮기도록 만들 것이다.
반추를 다른 활동으로 전환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산책, 운동, 취미 등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