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효과성은 지위에 기반한 권력이다
1. 권력과 지위는 동의어가 아니다.
사람들은 특정 지위(status)를 획득하면 그에 맞는 권력(power)이 따라 온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지위는 곧 권력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착각의 근원은 어찌보면 매우 단순하다. 대개 직장에서 직책이나 직위가 곧 지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책이나 직위는 역할(role)일 뿐, 지위는 아니다. 특정 역할에 권력과 지위가 모두 있을 수 있지만, 권력과 지위의 심리적 속성은 다르다.
권력과 지위는 사회적 위계(social hierarchy)를 상승시키는 2가지 다른 경로다. 가치있는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소유하는 것을 권력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받는 것을 지위라고 한다. 권력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지위는 관찰자의 속성으로 지위를 가진 사람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필요에 맞춰야 한다. 권력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지위는 타인의 인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높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따뜻해야 하며 타인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회적 인식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사회적 인식(social perception)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개인주의/능력(agency/competence)이고, 다른 하나는 연대/따뜻함(communality/warmth)이다. 사람들은 직업, 대인관계특성, 이념, 성별, 인정, 종교적 태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적 인식, 다시 말해 고정관념(stereotype)을 갖게 된다.
출처: Trapnell, P. D., & Paulhus, D. L. (2012). Agentic and communal values: Their scope and measurement.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 94(1), 39-52.
개인주의는 높지만, 연대성이 낮은 가치가 경제, 쾌락, 관계, 정치고 연대성은 높지만 개인주의가 낮은 가치가 사회, 종교, 미학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인생 가치를 보면, 개인주의는 높지만 연대성은 낮은 가치가 자극,쾌락,성취,자기주도,권력이고, 연대성은 높지만 개인주의는 낮은 가치가 자비,평등,안전,순종,전통이다.
다음으로 능력과 따뜻함 축으로 우리가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자.
출처: American groups in warmth by competence space. Circles indicate cluster analysis results. From data in Kervyn et al. (2015)
미국에서 부자, 화이트칼라, 아시안, 유대인은 능력은 높지만, 냉혈한인들로 인식된다. 아이들과 노인, 민주당원, 게이, 히스패닉 등은 능력은 없지만 따뜻한 사람들로 인식된다.
직업에 따른 사회적 인식도 다르다.
심지어는 정신질환을 보는 관점도 다르다. PTSD나 ADHD 환자를 능력없고 인간미도 없다고 인식하지 않지만 알코올중독자나 정신분열증은 능력도 인간미도 없다고 인식한다. 우리가 주변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을 대할 때 누군가는 도와주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경멸하는 이유도 사회적 인식 때문일 수 있다.
출처: Dambrun, M., Marinho, G., Mondillon, L., Clinchamps, M., Dutheil, F., Chakroun, N., ... & Szeto, A. C. (2024). Social perceptions and the stigmatization towards fifteen mental illnesses in France: a preliminary study on the role of vital force and burden. Frontiers in Psychiatry, 15, 1336690.
이처럼 개인주의/능력(agency/competence), 연대/따뜻함(communality/warmth) 개념은 우리가 가진 사회적 인식의 다양한 측면을 잘 보여준다.
3. 지위에 기반한 권력 행사가 리더십의 효과성을 높인다.
그런데, 최근 Psychological Science에 권력과 지위를 이 두 가지 사회적 인식 축으로 매우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우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 개인주의/능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연대/따뜻함은 낮게 평가하며 지위를 가진 사람에겐 연대/따뜻함을 개인주의/능력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지위는 연대와 따뜻함에서 나오고 권력은 행위자에 귀속되며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방식이 남/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골자다. Forbes에 등장한 powerful people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남성은 여성에 비해 권력 획득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반면, 여성은 지위 획득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출처: Townsend, C. H., Mishra, S., & Kray, L. J. (2024). Not all powerful people are created equal: An examination of gender and pathways to social hierarchy through the lens of social cognition. Psychological science, 35(9), 962-975.
조직은 역할을 권력과 지위로 착각하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조직 내 직책과 직위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지위를 획득할 수는 없다. 지위는 관점수용능력(perspective taking)을 높이지만, 권력은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한다(https://www.psychologytoday.com/intl/blog/ulterior-motives/201606/power-status-and-perspective-taking). 지위가 기반인 상태에서 리더의 권력은 구성원과 충분히 공감하면서 이끌 수 있지만, 지위 없는 권력은 맹목적인 복종일 뿐이다.
4. 여성 리더가 리더십의 효과성을 높이려면?
이런 측면에서 여성 리더가 지위 평가에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조직 내 높은 위치를 획득한 것으로 이미 지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성 리더가 여성 정체성을 버리고 남성 정체성으로 조직을 리딩하는 것의 단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반복 검증돼 왔다. 오히려 연대, 따뜻함과 같은 여성 정체성을 유지하고 리딩할 때 효과성이 높다.
※ agency는 심리학에선 동인 또는 행위 주체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맞지만, 독자의 이해를 위해 개인주의라는 용어로 바꿨음을 양해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