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입사 초기엔 누구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구성원이었다. 회의에서 의견을 자주 제안했고,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협업을 제안하곤 했다. 그러나 몇 달 뒤, 팀원들은 그가 점점 말을 줄이고 회의를 피하며, 점심시간에도 혼자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리더는 그에게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소극적이야? 자신감을 잃은 거야?”
하지만, 그의 변화는 자신감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회의 중의 미묘한 비꼼, 따돌림, 질문을 무시 당하는 경험 등이 반복되면서 그의 사회적 판단 능력과 상호작용 역량 자체가 손상되고 있었다.
A는 마상만 입은 것이 아니라, 사회지능이라는 핵심 역량을 잃고 있었다.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은 단순한 사교성과 다르다. Edward Thorndike(1920)가 처음 개념화한 이후, 사회지능은 대인관계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며, 적절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조정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최근 연구자들은 사회지능을 다음과 같은 다차원적 구성요소로 설명한다.
- 사회적 지각(Social Perception): 타인의 감정, 표정, 언어, 비언어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
- 사회적 정보처리(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사회적 단서를 해석하고 상황의 의도를 추론하는 인지적 능력.
- 관계 조절(Relationship Regulation): 갈등 조정, 협상, 조율 등 대인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
- 사회적 의사결정(Social Decision-Making):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최적의 반응과 전략을 선택하는 능력.
- 사회적 실행(Social Performance / Interpersonal Skill): 실제 행동을 통해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하는 능력.
즉, 사회지능은 협업 상황에서 사람을 읽고, 해석하고, 반응하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내는 전 과정의 종합적 역량이다. 그리고 조직 내 괴롭힘 경험은 이 역량을 가장 크게 손상된다.
최근 종단 연구 괴롭힘 경험이 사회지능을 장기적으로 저하시킨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4년 동안 동일 집단을 추적한 결과, 언어 폭력, 배제, 조롱 등의 또래 공격을 반복적으로 경험할수록 사회지능 발달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었다. 사회지능은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경험의 질에 의해 강화되거나 파괴될 수 있는 능력이다.
출처: Wei, H. S., Shen, A. C. T., Hwa, H. L., Feng, J. Y., Hsieh, Y. P., & Huang, C. Y. (2026). Is social intelligence eroded by peer aggression? Longitudinal evidence on the impact of bullying victimization.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51, 113570.
1) 사회적 위협 감지 체계의 과활성화
Joseph LeDoux의 연구에 따르면, 위협 자극은 고차적 인지 회로를 우회하고 직접적으로 편도체(amygdala)를 활성화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사람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협력의 장이 아니라 위험으로 인식한다. 그 결과, 감정 신호 탐지 능력은 감소하고, 사회정보 처리 자원은 고갈되며, 방어적 대처(fight / flight / freeze)가 우선시된다. 즉, 협업 능력에 써야 할 핵심 자원이 생존 대응에 필요한 자원으로 전환된다.
2) 사회적 정보 처리 왜곡
괴롭힘 경험은 모호한 상황을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적대적 귀인 편향(Hostile Attribution Bias)을 유도하며, 긍정적 신호는 과소 인식하고 부정적 신호는 과대 해석하게 한다. 이는 곧 협업과 갈등관리의 실패로 이어지고, 다시 추가적 따돌림과 공격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3) 자기효능감의 약화
반복된 실패와 거부 경험은 사회적 동기를 급격히 약화시킨다. 이는 곧 관계 형성 및 사회적 기술 시도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지능 능력이 감소한다.
- 협업과 공동 문제 해결
- 신뢰 기반 의사소통
- 갈등 중재 능력
- 팀의 응집력과 심리적 안전
- 목표를 향한 조율과 합의
괴롭힘은 한 사람의 감정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협업 인프라를 파괴한다.
“그만 잊어. 과거는 과거야.”,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악의 개입 중 하나다. 괴롭힘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능력 손상이다.
따라서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우선 행동 기준을 명문화하고 측정해야 한다.
- 회의 규칙 제도화: Interrupt 금지, turn-taking, 반대 의견 장려
- 감정 체크인(Emotional check-in) 루틴 도입
- 반대 의견을 제기한 사람에게 보상적 피드백
조직이 더 똑똑해지려면 사회지능은 필수적이다. 사회지능 없는 집단지성은 존재할 수 없다. 은근한 따돌림, 괴롭힘은 따돌림을 당한 사람의 사회지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