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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연작가 HiYeon Aug 10. 2023

캐나다에서 한인디렉터와 인터뷰를 보다. -2-

질량보존의 법칙



처음에 캐나다에서 대학을 가게 된 나의 계획은

캐나다에서 영어와 경험도 더 쌓아보고

한국에서 공부했던 전공과는 반대되는 학문을 통해 실력을 쌓고 견문을 넓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어렸을 때 하는 방황과 힘듦은 나중에는 나이가 들면 체력이 안 돼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대학생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하는 시간들 동안 내가 쓰는 시간과 돈에 비해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조함과 불안감을 갖고 살았어야 했었다.

특히, 졸업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먹었던 나는 하루빨리 졸업을 하고 일을 시작해서

경력을 쌓고 싶었던 마음이 아주 간절했었다.

사실은 깊은 마음속에서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시간들에 알게 모르게 열등감도 느끼고 불안감을 느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나서 곰곰이 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한국 보다는 캐나다의 생활이 더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을 구해보자 마음을 먹게 된 계기이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참 많은 시간을 이 고민에 보내었다.

그렇게 해서 이력서를 70-80개가량을 한 달 반에서 두 달 반 사이에 되든 안되든 넣었다.


그러고 나서 주어진 인터뷰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 디렉터에게 인터뷰를 보러 올 수 있냐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이메일을 받고 나서 두근두근 괜스레 기분이 좋고 설레면서 인터뷰를 위한 준비로 마음이 다급해졌다.


당장 내일인 인터뷰를 위해 대략적으로 어떤 스타일의 ’ 메시지‘를 그녀에게 전달한 것인가, 그리고 나를 어떻게 셀프 브랜딩 할 것인지에 대해 짧게 브리핑하고 몇 번 연습을 하고는 일찍 잠에 들었다.

되면 좋지만 안되면 그 또한 나도 이 회사의 인연이 아니리렷다.라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다음날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걸리는 곳에 가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인터뷰에 늦을까 봐 1시간 정도 일찍 출발을 하였고 도착하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마음을 가듬기 위해서 근처 카페에 가 바닐라 라떼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가볍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겼다.

“이제 슬슬 출발해야겠는데? “

근처 커피숍이었지만 거리가 그다지 짧지는 않았다.

대략 15분 정도 더 걸어가야 하는 거리, 그래서 바쁘게 커피를 비워내고 몸을 일으켜 회사로 향하였다. 사실 회사라기보다는 교육분야라 ‘학원’이라고 불리는 게 더 맞는 표현이긴 할 것이다. 학원 앞에 도착해 짧게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분들은 앞에 학부모로 보이는 분들이랑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 눈앞에는 2명의 중국인 교육어드바이저, 그리고 또 다른 두 명의 직원분들이 회의실 같은 곳에서 나왔다.

”Hello” 하고 인사 후 이곳에 온 목적을 밝혔다. 오늘 인터뷰 2시에 보러 오기로 했어.라고 하니 내 말에 대답해 주시는 분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나에게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직접 보러 가는 것이 지원자를 위한 중요한 절차 중 하나라는 말에 동감을 한다. 이때 내가 앞으로 다닐 수도 있는 회사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퉁명스럽게 대꾸한 직원분과 학원 분위기를 보며

 ‘흠…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는 않네’라는 생각을 했다.


대기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미팅룸으로 향할 것을 권하였다.

알고 보니 그분이 디렉터로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신 분이었다.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했고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넌지시 던졌다.

이때까지도 우리는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디렉터님이 한국어로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한국어로 대답을 하게 되었다.

디렉터님은 교포로 20년가량 캐나다에서 사신 분으로 학원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계신 듯했다.


30분은 한국어 면접 30분은 영어 면접을 보았고 대략 1시간가량의 면접을 보았다.

면접장을 떠날 때 문득 ‘나 이곳에서 일해도 상사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일할 수 있을까?..”라는 나의 레드 플레그 레이더망이 작동했다.

면접 결과는 4~5일 이후에 알려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원을 떠났고 3일 정도 이후에 학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디렉터님이 아니신 그 아래 있으신 매니저님이 전화를 대신하셨다. 이분은 알고 보니 한국인으로 내가 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했을 때 투명스럽게 대답을 하신 분이었다.

물론, 그날 기분이 안 좋으셨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이유로 친절히 대해주시지 못했었겠지만, 그 작은 사건이 나에게는 ‘이곳은 아니야’라는 말을 대신해서 해주는 계시가 아닌가 생각도 했다.

면접을 보며 느꼈던 학원의 분위기와 디렉터님의 성격으로 긴가민가한 마음을 면접 결과를 받기 전까지 갖고 있었고, 합격 결과를 가지고 온 전화에도 선뜻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매니저님이 전화를 했을 때, 조금 더 생각을 해본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이후에 한두 시간 정도 고민을 다시 해보고 나서 결정을 내린 후 전화를 드렸고 다음 주부터 출근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니 매니저님 목소리가 급 밝아짐을 느꼈다.

먹고살아야 할 생존을 위해 일을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일을 할 때 나중에 정신적 문제가 생길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원하지 않는 환경의 회사에서 나의 일주일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다닐지 말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결정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음 주부터 출근한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해보자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나의 휴대폰 전화벨이 울렸다. 흠? 누구지? 하며 보니 학원이었고 전화를 받으니 발신자가 면접을 봤던 디렉터님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전화를 받고 인사를 드리니 대뜸 질문을 던지셨다.

 ”왜 망설이신다 하신 거예요? “ 라고 하시지 않는가.

그래서 순간 어이가 너무 없어 황당하였다.

이 포지션은 풀타임도 아니고 파트타임이었으며 돈은 많이 되지도 않았고 사실 학생들이 자투리 시간에 용돈 벌기 위해 할만한 시간을 주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파트타임을 구하기도 애매한 시간이기도 했다.


스케줄 시간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말씀드리니 20분 30분가량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말을 들고 이곳의 조직 문화는 나와 맞지 않겠구나 라는 강력하게 빨간 적신호의 레드플레그가 울렸다.

그래서, 나의 생각을 믿고 그 당일날 밤에 회사 문화와 맞지 않을 거 같아 출근이 어렵다고 보내니 답장조차 오지 않았다.

보통 죄송하다. 인터뷰 합격된 것은 감사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지 못할 거 같다. 비즈니스 건승을 빈다라고 이메일을 보내면 작은 비즈니스를 하는 보스나 오너들은 이메일 답장을 해주고는 했다.


이곳에 안 가길 천만다행인 것은 그 이후에도 4달가량 인디드에 ‘급구’ 표시로 포스팅이 올라와 있었던 것을 보았고 사람들이 안 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다들 똑같이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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