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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펑크마녀 Apr 06. 2024

밤의 뒷모습

입원시켜 둔 두두가 고집스럽게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며 보호자가 와서 뭐라도 먹여보라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퇴근 후 병원에 들러 몇 시간 동안 두두를 어르고 달래 억지로 뭐라도 한 입 삼키는 걸 보고 병원을 나서는 길, 하루 종일 나도 두두도 없이 혼자 집에 있었을 두부가 생각나 눈앞에 보이는 고양이 장난감을 하나 샀다.

물고기 모양의 작은 쿠션 세 개가 들어있는 팩이다.

반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꺾어 신은 채 손에 고양이 장난감 하나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밤. 하늘은 까맣고 거리는 텅 비었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을까, 아니 그때도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렸을까.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두부가 죽었다.


밤늦게 돌아온 나를 마중 나온 두부는 새 장난감에 잠깐 흥미를 보였으나 언제나 그렇듯 금방 시큰둥해졌고 좋아하는 간식을 뜯어주자 신나게 먹어 치웠다. 아무것도 다른 점은 없었다. 평소와 똑같았다. 나는 지금도 아무도 없는 검은 밤, 고양이 장난감을 손에 든 채 걷고 있던 내 뒷모습을 본다. 물에 젖은 솜처럼 온 몸이 눈물로 뒤덮이게 될 아주 가까운 미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멍하니 걷고 있는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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