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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준 May 09. 2021

더 듣고 싶은 연주의 비밀

예술성과 자발성(Artistry and Spontaneity)



왜 어떤 연주는 재미없고 흥미가 없게 느껴지는 걸까? 그런 연주를 들으며 관중은 왜 ‘오늘 야식은 뭐 먹을까? 김치볶음밥? 치킨이 더 낫나?’라고 생각하는 걸까?

반대로 왜 어떤 연주는 관중이 지치고 피곤하고 음악이 듣고 싶지 않은 상태인데도 연주가 ‘들리고’ 그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껴지게 하는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은 연주자의 예술성에 있다. 이 설명하기 어렵고 마법과 같은 이 능력이 없다면 어떤 연주자도 관객으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없다.


알프레드 노이하우스(Alfred Neuhaus)는 말하였다.

“살아있는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인내? 노력? 고통? 즐거움? 자기희생? 그것은 듣는 이가 그것을 좋아하도록, 그가 인생을 훨씬 더 사랑하도록, 그의 감정이 더욱더 불타오르도록, 그의 열망이 더욱 격렬해지도록, 그의 이해가 더욱 깊어지도록 위대한 피아노 작품들을 연주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단어들이 존재한다. 이 단어들은 음악과도 연관이 있는데 한번 보도록 하자.

격렬 기발함 정열 변덕 사소함 움직임 흐름 몽상 서정적 위엄 우울 싱거움 고요 낙담 활기 재미 미심쩍음 의기양양 활발함 극적임 열정 농담 소곤거림 단순
복잡 황홀 자신감 기쁨 신비 부드러움 웅장함 흥분 동요 고귀한 강인 긍지 불길함 위협 로맨스 애정 분노 화 명랑함 탁월함 유머 매력 비극 체념 행복 슬픔 평온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과연 연주라는 건 무엇일까? 


연주는 예술가의 노력이 집약된 최고의 경험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주 도중에는 연습할 때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마구마구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에는 항상성, 용기, 더 큰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가 바로 관객이다. 관객 즉 청중은 연주자에게 지극히 중요한 영감과 자발성을 심어주는 필수적 요소이다. 이것에 대해 세기의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은 말하였다.


“내가 아주 익숙한 작품을 연주할 때에도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금 나를 새롭게 자극시켰으며, 자발성이야말로 항상 나의 연주를 독특하게 하는 것이다”


Arthur Rubinstein(1887-1982) 출처 : www.wnyc.org

바로 이 신비로우며 결정적인 힘은 가르칠 수 있으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직 자극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이 나를 포함한 모든 음악가들이 예술 일반적인 지식을 쌓기에 노력하며, 할 수 있다면 실제 연주를 많이 가보며(지금의 시기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들여다보며, 실내악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다른 음악가들의 반주를 즐겨하며, 성가대 단원으로 노래해보기도 하며, 연주회장에서는 박수에 소홀한 관객이 되지 않으며,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자신의 예술성으로 흡수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전 악장에 투영되어 있는 새소리, 물결소리, 천둥소리 등등을 들어보라!

Beethoven Symphonie No.6 Op.68 Daniel Barenboim 출처 : Youtube


바닷가에서 파도가 밀려오며 떠내려가는 거대한 움직임은 끌로드 드뷔시의 [기쁨의 섬]과 [바다]에서!

Debussy La Mer ORF 정명훈. 출처 : Youtube


연주를 하는, 그리고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적재적소에 이 번뜩이는 영감과 창조성을 발현해 낼 수 있다면 단조롭고 지루하며 온갖 야식 먹을 생각을 하는 관객이 생기지 않게 하며, 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와! 오늘 연주는 진짜 엄청났어! 집에 가서 피아노로 꼭 쳐봐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분위기를 잠시 환기하여, 연주회에 서고 싶지 않은 학생을 반드시 연주회에 세울 필요가 있을까? 이 대목에서는 연주자의 자발성이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연주를 ‘하고 싶어 하는’ 자발성과 창조성이 있는 학생에게는 연주회를 마련해 주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연주에 평생을 몸 담겠다 바치는 많은 연주자들에게는 정말 진이 빠지며, 뼈를 깎는 고독한 연습실에서의 나 자신과의 싸움과, ‘콩쿠르 참가지원서’를 쓰고자 하는 자발성, 집중력, 결단력, 창조력, 상상력이 필요하며 불가결적으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이 닥쳐올 수 있다. 그러나 격려와 함께 호평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진다면 갈고닦아 온 빛나는 예술성과 수많은 색채의 음 빛깔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P.S. 연습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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