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를 반만 할 줄 안다는 것

by 끄루쓰

스페인어를 반만 할 줄 안다는 것은 살사(salsa) 소스라는 표현을 두고 동어 반복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돈키호테가 알고보니 돈키 호테가 아니라 돈 키호테였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이다. 카사미아(casa mia), 자라(zara) 따위를 발음할 때 된소리와 거센소리를 살릴 줄 알게 되는 것이고 산타페(santa fe), 아반떼(avente) 같은 한낱 자동차의 거창한 의미를 홀로 이해하고 즐거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반만 할 줄 안다는 것은 쓸데없이 남녀를 구분하는 명사와, 계속과거와 단순과거의 시제적 차이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역구조 동사의 어순을 고민하다 결국 -si o no- 단답만 내뱉게 되는 것이다. 내 입으로 소리낼 수 없는 외국어, 침묵의 언어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는 것만 늘어가고 소리낼 줄은 모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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