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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라멜 Jun 17. 2024

이젠 자리에 없으면 어색한 장도연

데려올 수 없으면 떠나지 않게 해야

찾아온 손님(시청자)부터 잡아야

아내의 방송 경력은 30년이 되어간다. 거의 대부분 생방송이다. 생방송은 전쟁터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축구 경기처럼 평소에 TV를 안보던 사람들이 새로 유입되지 않는한, 대부분 나눠먹기다. 즉, 한정된 시청자들을 어떻게 끌어와서 보게 만드느냐의 문제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채널을 옮겨다니는 시청자들을 머물게 만들어야 한다. 계속 머물러서 웃게 만들거나(예능), 계속 머물러서 다음 회를 보게 하거나, 지난회 VOD를 찾게 만들어 정주행, 역주행 시키거나(드라마), 계속 머물러서 물건을 사게 만들어야(홈쇼핑) 한다.


행동을 유발하는 여운은 하나의 단일한 메시지에서 나온다고 아내는 말했다. 웃기려고 마음 먹었으면 웃겨야 하고, 감동 시키려고 했다면 울림이 있어야 한다. 홈쇼핑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콘텐츠나 물품의 핵심을 잡아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핵심은 하나여야 한다. 리프팅이냐, 보습이냐, 광이냐, 톤업이냐 어떤 제품이냐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런식인데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 남는건 없다. 어떻게 잘 해서 한번은 구입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속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두번 다시 방송을 보지도 물품을 구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 남는건 하나의 메시지다.


그러고보니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식당에 들어서서 메뉴판을 보면 그 식당의 전공은 대충 나온다. 정말 잘 하는 식당은 메뉴 숫자가 적다. 해당 음식으로 유명한 대표 선수들을 보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식당은 위치가 좋거나 그냥 대충 고르거나 아니면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사람들이 한번 들르는 곳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주변의 동네 중식당이 그렇고 수없이 많은 김밥 전문점이 그렇다.


출처 : <유튜브 요정재형>의 '요정식탁' 장도연 출연 편 썸네일


썸네일은 '알겠다'고 했지만 난 모르겠다...

장도연은 상한가이다. 이유가 없다. 개그맨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방송인이다. 왜 인기가 많을까? 누구보다 TV 많이 보고 핵심을 짚어내는 아내에게 물었다.


"웃기고, 세련되고, 비호감이 없고, 하지만 딱 뭘 하나를 내세우려면 뭔지는 모르는 그런 아이콘이다."


장도연이 출연한 모든 프로그램이 잘 된다. 개그콘서트 시절에는 주인공으로 직접 나서서 웃기려고 했지만 메인 코너를 이끄는 이른바 '탑(top)'은 아니었다.


장도연의 전성기는 '중앙(주연)'이 아닌 '옆(조연)' 시작됐다. 

'라디오스타'는 입담 천재들의 경연장이다. 김국진과 김구라, 유세윤은 출연자들에게 거침없는 질문과 입담을 선보인다. 그들 틈 속에서 장도연은 밀리지 않았다. 받아낼 때는 받아내고, 무너질 때는 무너진다. 힘들게 버티지 않는다. 그게 자연스럽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선 누구보다 연기를 잘하는 베테랑 장현성에 밀리지 않고, 표정과 연기에선 어느 아나운서보다 잘하는 장성규와 호흡을 잘 맞춘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라는 셀럽들과의 토크 프로그램에선 더욱 빛났다. 메인 MC가 아닌 보조로서, 남성 MC를 도와주는 여성 MC로서,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로 볼 수 있는 이동욱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MC로서 역할은 탁월했다. 남성 이동욱은 무너지기 힘들고 무너질 수도 없지만, 역설적으로 여성 장도연은 무너질 때 무너지기도 했다.  


'개그콘서트' 시절 개그맨처럼 다른 출연자들을 밟고 일어서려고 했거나, 상대보다 잘나 보이려고 했다면 오히려 묻혔을거다. 그런데 옆에 있으니 빛난다. 굳이 카메라를 차지하려고도, 많은 분량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컷이 넘어올때 꽉 찬다.


장도연은 인물일까? 메시지일까?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덧 시사나 예능, 교양, 오락 할 것 없이 패널을 생각할 때 장도연은 자주 떠오른다. 올해 초 모든 방송사들이 경쟁하는 장시간 생방송에 우리도 장도연 씨를 섭외하려고 했다 당연히 실패했다. 이제는 몸값도, 시간도 쉽게 내기 힘든 가장 바쁜 방송인이다.


장도연은 지풍승이다.

순조롭게 나아간다는 46번째 괘. 땅 밑에서 바람이 부니 상승한다. 땅에서 나무가 자란다. 힘이 있다. 앞날이 밝다. 다만, 그럴때 조심해야 한다. 방향이 중요하다. 순조롭게 상승하고, 상승기류를 타야 한다. 사업과 일 모두 마찬가지다.

공식 무대에 데뷔한 만큼 유연하게 움직인다. 공자는 서두르지 말고 나아갈 수 있을 때 나아가라고 했다. 겸손해야 하고 언젠가 전진이 멈출 것도 대비해야 한다. 주역에서 상승과 진전은 항상 멈춤과 하강을 대비한다.


아침부터 종이로 된 경제 신문을 배달받아 꼼꼼이 보던 개그맨 장도연의 현재 방향과 속도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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