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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라멜 Jul 31. 2024

'MZ세대'라기엔 너무도 다른 Z세대

예측불가능함의 대명사 Z세대

기대가 적으면 만족은 크다.


우리 스포츠가 그랬고, 월드컵과 올림픽 대표팀은 더 그랬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지만, 기사가 방정이었을까. 언론사의 헤드라인이 희망적일수록 결과는 절망에 가까웠고, 선수들은 빠른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이 그렇다. 아직 전반적도 끝나지 않은 초기라 이 얘기도 입방정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전혀 다른 기운이 감지된다. 그건 선수들이다. 전통적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랬다. 경기에 져서, 가장 슬픈 건 자신일테지만 동료에게 미안해하고, 감독, 코치진에게 미안해하고, 궁극적으론 국민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들의 선배들은. 태극 마크의 무게 때문이리라...


이번엔 다르다. 선수들이 즐기고 있다.

일단,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대견스럽다. 양궁 대표팀은 모범생이다. 금메달을 따는게 당연하게 여겨온지가 오래라 오히려 그들의 선배보다 잘해야 본전이 된 요즘이다. 양궁협회는 모험을 감행했다. 다른 종목이나 과거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신인이 돌풍을 일으켜도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고참들에게 어드벤티지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때론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렇게 나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못 거둬도 위험 부담은 적었다. 신인을 덜컥 선발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40년 동안 금메달 양궁... 40년 만에 탈락 축구


"학연·지연은 나라 망신... 오직 실력" 대기업 회장인 양궁협회장이 그동안 행보가 요즘 새삼 조명을 다시 받고 있다. 태극기와 애국가가 없는 양궁 시상식은 이제 어색한지 오래다. 투명한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이 신인 발굴로 이어지고, 여자 단체전의 경우 84년 이후 왕좌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남자 대표팀도 다시 기세가 올랐다. 올림픽에 오죽하면 축구협회장으로 모시자는 말까지 나온다.


파리의 Z세대들은 다른 인류다. 즐긴다.

 

2004년생 양궁의 김제덕 선수는 올해 스물이다. 지난 대회보다 절반 수준의 평정심을 심박수로 보여줬다.

2005년생 19살의 오예진은 떨지 않았다. 2007년생 17살의 반효진은 마지막 두발을 실수하고도 슛오프 한발을 제대로 쏘는 강심장을 보여줬다. 사격 로봇 같다는 평이 나왔던 중국 금메달리스트 조차도 실수했지만...


석연치 않은 편파판정 논란이 일고 있는 유도 은메달의 허미미 선수도 21살이다. 본인이 가장 아쉬울 테지만 애국가 가사를 미리 외웠지만 못 불러 아쉽다며 웃었다. 한일 관계 탓에 국적 선택과 주변의 시선은 그간 마음의 짐이 되지 않았을까는 나만의 기우 같았다.


탁구 동메달의 신동 신유빈도 어느덧 20살이다. 잘해도 웃고, 실수해도 웃는 신유빈의 웃음은 탁구채를 잡았을 때 가장 빛난다. 동메달 시상대의 신유빈의 웃음은 금메달 시상대를 압도했다.


대회 5일차. 예상치 못한 우리나라의 선전에 덩달아 언론들도 기사 시간을 더 할애하고 지면을 더 넒히고 있다. 로우키(low-key)로 가자던 초기 계획과는 달리 재방송 시간이 늘어난다. 역대급 약체 대표단이란 기우를 쏟아냈던 언론들이 사라졌다.


신인 돌풍 vs 경험과 관록


신예가 돌풍을 일으키는 건 이변이다. 경험이 많은 에이스, 스타가 잘하는 건 당연하다. 흔히 관록을 이기는 건 없다고 한다.


경험 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믿음이 조금씩 흔들린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 신예 발굴에 인색한 국가대표팀, 스포츠 구단에게 그 열매는 가혹하다. 비록 그 대회의 메달을 하나 더 따올 수 있더라도 공정한 잣대로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건 미래를 위해서다.


이대호에 의존하던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는 그 빈자리를 아직 메우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 만큼 돈을 쓰는데 또 타 구단에서 검증된 노장들을 모셔 오는데 소비한다. 스토브리그에서 돈을 쏟아붇는 팀들을 언론들은 그해 상위권 예상팀으로 올려놓곤 한다. 하지만, 그 예상은 항상 빗나간다. FA 스타들이 다른 팀으로 와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건 ‘신인들 만큼의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찾았다. 절박함을 이기는 건 즐김이다. Z세대 국가대표 선수들. 그들은 이겨도 져도 웃는다. 그 웃음의 근원은 즐김이다. 공자의 말이 이제 이해가 된다. 아는 건 좋아함을 이기지 못하고, 좋아함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후배가 물어본다. 앞으로 뭘 할까요? 응. 너가 좋아하는 거 해!


뢰천대장

주역의 34번째 괘는 뢰천대장이다. 1년 중에 2월이다. 하늘 위에 우레가 치고 있다.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게 횡재라면, 땅을 흔들 수 있는 힘이 가장 충만한 때이다. 전진하면 된다. 다만, 예의를 지킬 것을 주역은 강조한다. 힘을 과시하되 그 선을 지키는 걸 주역은 왜 강조했을까. 관록으로 살아남은 돌풍의 신인들은 항상 그걸 지켰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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