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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r 15. 2024

통신기기의 변화

첨단 기술의 시대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크게 바꾸고 있고, 그전에도 꾸준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생활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이동통신의 혁명이 아닐까 싶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생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오늘은 휴대 통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일상의 변화를 되돌아볼까 한다.




휴대용 통신기기의 시작은 '삐삐'가 아닐까 싶다. 정식으로는 '무선 호출기'라고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누군가 나와 통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계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기능 같지만, 당시에는 굉장한 혁신이었다. 그전까지는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싶어도 쉽게 연락할 수 없었다. 직장처럼 소재가 확실하면 연락이 닿을 수 있었지만, 학생처럼 소재가 불확실한 사람들은 저녁에 집으로 걸어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쪽지를 남겨두고는 했다. 부재 시 녹음이 되는 전화기도 있었지만, 그런 '비싼' 전화기를 사용하는 집이 내 주변에는 거의 없었다.


<30년 전에는 최신 기기였던 삐삐>


그러다가 무선호출기가 등장했다. 정확히 몇 년도에 등장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대학교 1, 2학년 때 사용했던 것 같다. 무선호출기의 등장으로 다른 사람과 연락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졌다.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다른 사람을 호출하면 됐다. 물론, 바로 연락이 되는 것은 아니고, 전화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전에 비하면 훨씬 쉬워진 셈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 몰라도 연락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변화였던 것 같다.


호출을 받은 사람은 호출을 한 사람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데, 삐삐는 수신만 가능하지 송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공중전화 부스 뒤에 긴 대기줄이 있는 풍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중전화도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주요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거의 공중전화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무선 호출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처럼 오래된 무선 호출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직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았는데, 카페나 주점에서 사용하는 진동벨을 만드는 업체가 원래 삐삐를 만드는 업체였다는 사실이다. 삐삐가 더 이상 팔리지 않아, 사업 전환을 한 것이 진동벨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서, 삐삐를 만들 때보다 더 크게 성공했다는 것 같다.




휴대폰은 군대를 다녀온 2000년에 처음 사용했다. 첫 휴대폰은 삼성 폰이었던 것 같다. 군대에 있는 동안, 이미 다들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어 나도 제대한 직후에 휴대폰을 구입했다. 사실, 그 사이에 '시티폰'이라는 비운의 기기가 있었는데, 더 좋은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 일반화되는 바람에 금방 사라졌다. 가끔 이렇게 더 좋은 기술에 묻혀 금방 사라지는 신기술들이 있는데, 기술 개발에 명운을 거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2006년에 일본에서 사용했던 휴대폰>


휴대폰은 사람들의 일상을 또 크게 바꿨다. 이제 더 이상 줄 서서 공중전화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무선 호출기에 신호를 보내고 응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다. 언제 어디서든 다른 사람과 연결을 시도할 수 있었고, 거의 즉각적으로 통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약속 시간에 만날 사람이 오지 않으면, 그전에는 무작정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전화를 걸면 됐다. 누군가의 급한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로 손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계로 인식되던 휴대폰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시계처럼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디자인으로 크게 히트하는 휴대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기능이었고, 휴대폰 제조사들의 기능 경쟁은 계속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중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삼성의 어느 휴대폰이다. 시중에 팔리는 제품은 아니었고, 대학교 4학년 때 학교 강당에 삼성이 전시해 놓은 여러 휴대폰들 중 하나였다. 일종의 콘셉트 제품이랄까. '이런 것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휴대폰이었는데, 바로 '텔레비전'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었다. 물론, 화면은 굉장히 조악했지만, '휴대폰으로 TV를 본다'는 개념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09년, 우리나라에 아이폰 3GS가 정식 발매되었다. 내가 알기로, '스마트폰'은 한번 등장했다가 실패한 기기였다.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봤던 것 같다. 그것을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다시 살려냈고, 해외에서 먼저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2009년에 대한민국에서도 판매가 되기 시작했다.


<손에 잡히는 느낌은 이 것 만한 게 없다.>


스마트폰은 대한민국 게임업계에서 큰 화두였다. 그전에도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작은 화면에서 단순한 동작만 하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은 꽤 그럴듯한 게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주요 게임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나도 회사가 사준 아이폰 3GS로 스마트폰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지급받고 한동안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렸던 것 같다. 게임도 많이 했지만, 게임이 아닌 애플리케이션도 여러 가지 사용했다. 컴퓨터로 하던 것을 전화기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기하고 재밌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는 지금만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는 않았다. 여전히 컴퓨터의 이용률이 높았고, 스마트폰은 보조적인 역할만 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게임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계 자체의 발전도 있었지만, 통신도 2G에서 3G로 넘어가면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게임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동시에,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원래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게임을 이용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후로 스마트폰은 계속 발전을 거듭했는데, 특히 카메라의 발전과 4G의 등장이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카메라가 좋아지면서, 전 국민이 카메라를 늘 소지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사진을 통한 소통'으로 이어졌고, 거기에 걸맞은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4G는 영상 서비스를 활성화시켰다. 3G 환경에서는 영상 스트리밍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4G가 되자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영상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면서, 더 많은 산업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더 모바일 중심으로 생활하게 되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순환 고리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 스마트폰이 침투하게 되었다. 게다가, 조금 큰 휴대용 기기인 태블릿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집에 데스크톱 컴퓨터가 없어도 되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스마트폰이 더 발전할지, 아니면 새로운 기기가 또 등장할지 모르겠다. 구글이 새로 개발한 AI를 스마트폰에 이식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다음 전환점은 'AI를 담고 있는 스마트폰'이 될지도 모르겠다. 통신기기의 발전은 늘 사람들의 연결을 강화하고 소통을 늘리는 데 기여했는데, AI가 이식된 스마트폰은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기존처럼 연결이 더 강화될 수도 있지만, AI가 소통의 상대를 대신하기 때문에 사람 간의 연결은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과거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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