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수
대화가 힘들었던 상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대화를 이어지게 하는 힘은 관심이다. 관심이 있으면 질문이 나오고, 그 질문은 상대방을 향한다. 대화 상대에게 관심을 갖자. 그 사람의 생각과 기분, 마음을 궁금해하자.
- 정흥수, <대화의 정석>
예전에는 어떤 것을 공부해야 좋을지 몰라하는 사람에게 ‘영어’나 ‘중국어’를 추천했다. 외국어는 어떤 일을 해도 도움이 되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오래 하고 난 뒤에는 다른 것을 추천한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야말로, 무슨 일을 해도 도움이 되는 능력이고, 많은 직업에서는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좋은 커뮤니케이터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 잘하는 팀장>을 집필하면서도, 내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정흥수 작가의 <대화의 정석>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 먼저 알고 있었다. SNS를 통해 짧은 코칭 영상을 접했고, 오프라인 강연에도 두 번 참석했다. 강연을 듣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디테일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분야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디테일을 살피는 것인데, 정흥수 님의 강연에는 깜짝 놀랄 정도의 디테일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정말 대화의 전문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디테일함이 책 <대화의 정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책의 첫 느낌은 디테일에 대한 것이었지만, 읽을수록 책의 진가를 다른 곳에서도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이 <대화의 정석>이어서 당연히 대화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깊은 통찰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디테일’을 이야기했는데, 깊은 통찰을 가진 사람들은 ‘본질’을 놓치지 않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화의 본질은 바로 ‘관계’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글은 다소 추상적이 될 위험이 있다. 같은 내용을 같은 순서로 말하더라도, 어미 하나 접속사 하나로 상대방의 해석이 달라지는 게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추상적이기만 한 글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대화의 정석>은 구체적인 예시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수많은 강의와 컨설팅으로 단련된 작가의 높은 역량이 돋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집필한 <일 잘하는 팀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좋은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한 이야기를 다 다루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커뮤니케이션 전문 서적을 읽어 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보통 <인간관계론>과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을 권하는데, 하나 더 권할 만한 책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화의 정석>을 마지막 추천서로 권하고 있다. 이 세 권을 탐독하면, 어지간하면 좋은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