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하나 이야기 하나
취미를 널리 알리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내 취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카드 모으는 취미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가끔씩 지인으로부터 카드를 선물로 받는 일이 생겼다. ‘우키요에 카드’도 일본에 다녀온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것이다.
카드의 품질도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54장의 카드에 서로 다른 우키요에 그림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일본 전통화에 흥미는 있어도 진지하게 찾아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우키요에에 대해 조금 알아보게 되었다.
우키요에는 일본 전통화의 한 종류다. 18~19세기에 크게 유행한 그림으로, 주로 판화로 제작된 것이 많다. 똑같은 그림을 몇 백 장씩 찍어내었고, 활동하는 화가도 수천 명에 이르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는 작품이 굉장히 많다. 유명인이나 풍경을 묘사한 것도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은 ‘춘화’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중을 위해 제작된 상업적인 그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우키요에는 서양화 기법이 일본 전통화에 영향을 주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거꾸로 우키요에가 서양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인상파 화가들이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흐, 드가, 고갱, 마네 등의 작품에 우키요에가 영향을 미친다.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이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 유키요에의 강렬한 색감과 평면적 구성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과연 ‘피리 부는 소년’에서 그런 색감과 구성이 보이는 것 같다.
우키요에는 값싼 그림이기 때문에, 물건의 포장지로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유럽에 전해진 것도 도자기의 포장지로서였던 것 같다. 포장지에 있는 그림에 누군가 열광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정식으로 수입하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값싼 그림이지만, 유럽에서는 훨씬 비싸게 유통된 적도 있는 것 같다.
카드의 그림은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미인도’다. 우타마로는 유명한 우키요에 화가 중 한 사람으로, 특히 ‘미인화’의 대가로 유명하다. 18세기 후반에 주로 활동하였는데, 그 생애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생의 마지막이 조금 특이한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가 체포되어 구금되었고, 그로부터 2년 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쿠가와 시대에 도요토미 그림을 만든 것으로 보아, 상당히 반정부적인 인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타마로의 미인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얼굴이 다소 길쭉하다. 이상적인 인물상을 그렸다고 하는 걸로 봐서, 긴 얼굴이 당시의 이상형이었던 것 같다. 현대의 일본 만화에도 과장된 인물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어쩌면 우키요에로부터 이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서양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수십만 점의 우키요에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대중을 위해 찍어낸 통속적인 그림이, 몇백 년이 지나 미술계의 독특한 양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웹툰 정도의 그림이었던 것인데, 혹시 몇백 년이 더 지나면 지금의 웹툰도 이런 대접을 받게 될까 궁금하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래서 몇백 년 전에 사람이 그린 웹툰이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