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하나 이야기 하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이 1865년에 출간한 소설이다. 아는 꼬마를 위해 즉석에서 만들었던 이야기를 나중에 소설로 엮은 듯하다. 그 꼬마의 이름이 바로 ‘앨리스’이며, 심지어 사진도 남아 있다.
루이스 캐럴은 영국의 수학자다. 19세기에는 여러 직업을 겸하는 사람이 많았을 테니, 루이스 캐럴의 본업이 따로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수학자가 이런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최근 유행한 MBTI로 따져 보면, 대문자 T에 해당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대문자 F에 해당하는 업적을 남겼다고나 할까?
루이스 캐럴이 언어를 다루는 능력은 셰익스피어에 비견된다고 한다. 나는 이 작품을 번역판으로 읽었고, 그것도 어렸을 때 어린이를 위해 나온 책으로 읽었다. 그래서, 캐릭터의 특징이나 전체적인 서사에서 재미를 느꼈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 언어유희와 상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며, 아직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번역판은 원문의 재미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앨리스는 정말 엄청나게 많이 이용되는 캐릭터다. 영화, 소설, 드라마, 노래 등 온갖 콘텐츠에 단골로 이용되는 소재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게임업계에서도 앨리스를 사용하는 게임이 많다. 심지어, 내가 일했던 회사에서도 앨리스를 테마로 하는(제목에도 ‘앨리스’가 들어간다) 게임을 발매한 적이 있다.
워낙 많이 이용되다 보니, 원작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호러 스타일로 사용되기도 하고, 액션 스타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원작 자체가 자유로운 상상력의 산물이다 보니, 앨리스를 어떻게 사용해도 크게 이질감이 없다. 말하자면, ‘앨리스는 무엇을 해도 앨리스 같다’랄까. 외양, 성격, 말투, 모든 게 비교적 자유로운 캐릭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앨리스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인용된다. 흰 토끼, 체셔 고양이, 하트 여왕과 병사들, 험프티 덤프티 등이 있다. 이 캐릭터들 역시 원작과 다른 모습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서점에 가면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가 많다. 신기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역사에 남을 ‘위대한 소설’로 분류되는 판타지 동화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어렸을 때 읽었던 앨리스를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중년을 지나 장년기에 접어드는 나에게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