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하나 이야기 하나
2024년 11월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선거 중에 가장 관심을 끄는 선거가 미국 대통령 선거일 것이다. 양 당의 경선 과정에서부터 큰 주목을 받다 보니, 거의 1년짜리 정치 드라마를 보는 느낌도 든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역시 도널드 트럼프일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졌을 때만 해도, 트럼프의 정치 경력은 거기까지일 줄 알았다. 그런데 보란 듯이 다시 바이든의 경쟁자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 연임을 한 대통령은 많아도, 한 번 쉬고 다시 대통령이 된 경우는 19세기에 딱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 도널드 트럼프가 130년 만에 두 번째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트럼프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도전할 때, 그가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치 경력, 명성, 이미지, 어느 것으로 봐도 힐러리 클린턴이 많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선거인단은 트럼프를 선택했고, 그러한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사회에 대해 내가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던 사건이었다.
전 세계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미국의 정책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미국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경, 윤리보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고, 테러리즘과 싸우는 것도 전 세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국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이 대통령으로 적합한가 보다는,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자국에 유리한가를 더 많이 따지는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미국 정치인 카드는 2016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아마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을 때 샀을 것으로 생각한다. 재밌는 것은, 보통 플레잉 카드는 하트와 다이아몬드를 빨간색, 스페이드와 클로버를 검은색으로 표현하는데, 이 카드는 스페이드와 클로버를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화당의 정치인과 지지자는 빨간색 카드에 그려져 있고, 민주당의 정치인과 지지자는 파란색 카드에 그려져 있다. 게다가 모든 카드에 고유의 인물을 그려 넣었으니, 카드 제작에 꽤나 신경을 쓴 것 같다.
인류는 어떤 면에서는 꾸준히 진보를 거듭해 왔지만, 어떤 면에서는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에서는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 선출된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인류가 진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정치란 인간의 욕망으로 쌓아 올려진 탑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