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막이 있는 영화를 소리 없이 보면 어떨까? 자막이 있으니까 어떤 상황인지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재미는 크게 감소한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게임은 소리가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다. 음악이 핵심인 리듬 게임 외에는 대체로 플레이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리가 없이 플레이하는 것과 소리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은 경험에 큰 차이가 생긴다.
소리는 그런 것이다. 사람은 시각적인 감각에 주로 의존하지만, 청각이 주는 경험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고, 소리를 통해 많은 것을 판단한다. 따라서, 소리가 없으면 리얼리티가 크게 떨어지고, 감각적인 만족도 부족해진다.
이렇게 중요한 소리지만, 게임에서는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 영화와 게임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데, 게임이 영화와 다르게 가지는 특징들이 소리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필요로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영화는 한 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지만, 게임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콘텐츠다. 그것도 아주 많은 횟수를 반복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몇 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기도 한다. 따라서, 동일한 소리나 음악을 매우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된다.
음악 중에 그런 음악이 있다. 한 번 듣기는 좋지만, 수십 번 들으면 피곤해지는 음악들이다. 이런 음악은 게임에 사용하기 어렵다. 어쩌다 한번 등장하는 영상에 사용할 수는 있지만, 플레이하는 도중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소리로는 적합하지 않다. 반대로 수백 번을 들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은 음악들이 있는데, 그것이 게임에 적합한 음악들이고 소리다.
이것은 꼭 ‘음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효과음도 마찬가지다. 카지노 게임의 경우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자주 들리게 되는데, 그 소리가 피로감을 유발한다면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중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효과음도 피로를 유발하지 않는 소리로 골라 써야 한다.
영화에서는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를 잡아먹어도 대체로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사람의 귀에 들리는 종합적인 소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소리들이 있다. 예를 들어, 총격전을 하는 게임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발자국 소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소리가 발자국 소리를 잡아먹는다면, 이런 플레이를 방해하게 된다.
그러니까 게임에서는 ‘잘 들려야 하는’ 소리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머지 소리들은 이런 소리들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리얼리티를 위해 다양한 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도중에도, 중요한 소리들이 묻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 들리던 주변 소리를 잠시 줄이거나 멈추는 유연한 활용도 필요하다.
머릿속에서 어떤 노래가 계속 맴도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노래 전체가 맴도는 경우보다는, 특정 구간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때로는 가사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로는 멜로디 때문일 수도 있는데, 게임 음악에는 가사가 없을 때가 많으므로 멜로디를 통해 이런 경험을 유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인상적인 멜로디는 사람의 머릿속에 잘 남는다. 그리고, 인상적인 멜로디는 그 멜로디와 연관된 것을 연상시킨다. 말하자면, 인상적인 멜로디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게임을 연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게임의 재방문율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래서, 게임의 BGM을 만들 때는 핵심 멜로디에 주의를 기울이면 좋다. 음악이 항상 뚜렷한 멜로디를 갖는 것은 아닌데, 게임의 BGM에는 뚜렷한 멜로디가 있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음악은 재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음악이 아니면 어지간해서 재사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새로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효과음은 다르다. 효과음은 독창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실제 소리와 가까운 것, 혹은 게임의 경험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썼던 소리를 재사용해도 되고, 실제로 많이 재사용한다.
재사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적절한 소리를 잘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효과음에 쓸 수 있는 소리는 엄청나게 많은데, 그중에서 딱 맞는 소리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면 사운드 작업의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목적에 맞는 소리를 ‘검색’하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리는 중요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소리가 필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모바일 게임의 경우에 이것이 중요한데, 모바일 게임은 소리를 끄고 플레이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소리는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어 주는 것이 분명하지만, 소리가 없어도 재밌는 게임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리가 없는 상태에서의 플레이 테스트가 필요하다. 소리가 없어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각적 연출들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바일 게임에서 소리의 중요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게임은 편한 상황에서 더 많이 플레이되며, 이어폰을 끼고 플레이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각적인 연출을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소리와 함께 할 때의 경험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1. 피로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
게임의 소리는 매우 많이 반복되는 소리다.
아무리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을 때 피곤해진다면 게임에 사용하기 어렵다.
2. 플레이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게임에서는 반드시 들려야 하는 소리들이 있다.
다른 소리들이 이러한 소리들을 안 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
3. 멜로디의 힘
인상적인 멜로디는 머릿속에 오래 남아 반복된다.
멜로디를 떠올리게 되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동안에도 게임을 떠올리게 된다.
4. 효과음은 재사용한다
효과음은 독창성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
목적에 맞는 효과음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