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ame과 A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un 24. 2024

게임 튜토리얼 만들기

튜토리얼(tutorial)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지도서’, ‘학습 프로그램’ 같은 설명이 나온다. 튜토리얼은 무언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와 같은 것이다. 휴대폰이나 냉장고를 사면 받게 되는 제품 소개서와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종 소프트웨어에는 설명서가 있다. 간단한 프로그램이면 설명서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라면 설명서가 필수다. 소프트웨어에 따라 설명서를 내장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웹 사이트로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그런데, 게임의 설명서는 다른 소프트웨어의 설명서와 조금 다르다. 제품에 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제품의 일부로 ‘동작’한다. 웹 페이지로 연결해 주는 게임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더 적극적으로 튜토리얼을 제공한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설명을 못해서 안달일까?


튜토리얼이 왜 필요한가


어렸을 때, APPLE II+ 컴퓨터로 게임을 즐겼다. 아케이드 게임부터 롤플레잉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는데, 특히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했다.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커다란 장벽을 넘어야 했다. 바로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아케이드 게임이나 액션 게임처럼 동작이 단순한 것들은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몇 번 플레이해 보면 금방 사용법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키보드를 사용하는 롤플레잉 게임들은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임 안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컴퓨터 학습’이라는 월간 잡지에 실린 게임 분석을 많이 참고했다. 그나마, 롤플레잉 게임은 양반이었다. 키보드를 누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액션을 수행하는 명령이 되었다. 어드벤처 게임은 설명서 없이는 거의 플레이할 수가 없었다. 어드벤처 게임은 영어 단어를 입력하여 게임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영어에 능숙하지도 않은 당시의 나로서는, 장르가 ‘어드벤처’로 되어 있으면 게임 플레이를 포기했다.


그 시절의 게임은 불친절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그래도 되는 시절이었다. 어차피 게임은 마니아들만 즐기는 콘텐츠였고, 게임이 지금처럼 많이 쏟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명작이라면 게이머들이 어떻게든 사용법을 알아내서 플레이했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 시장이 달라졌다. 지금의 게임 시장은 게임 플레이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사용법을 알아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단 시작하고 나서 사용법을 잘 모르겠으면 게임 플레이를 포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과거 어느 때보다 잘 만든 게임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으로 거두는 이익이 엄청나게 커졌다. 게임 하나가 연간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시대가 되었다. 당연히, 게임으로 이익을 거두려는 회사들도 많아지고, 시장에 출시되는 게임 자체가 많아졌다. 동시에, 개발과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사람만 하세요’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마니아들만을 위해 수백 억 원을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한 친절한 장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더라도, 어떻게 하는지 쉽게 알아낼 수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튜토리얼의 다양한 형태들


튜토리얼의 가장 단순한 형태라면, 역시 텍스트로 가득한 ‘설명서’의 형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버튼을 눌러 설명서 콘텐츠를 실행시키는 방식이다. 많은 소프트웨어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게임 중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게임만 이런 형태의 튜토리얼을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이 복잡해지면 설명서도 복잡해지고 두꺼워진다. 그만큼 플레이어가 쉽게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게임이 다른 소프트웨어와 크게 다른 점 하나가 있다. 엑셀 같은 소프트웨어는 아주 일부 기능만 사용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전체 기능(혹은 함수)의 80%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80% 이상의 기능을 숙지해야 한다. 따라서, 복잡한 게임의 설명서를 플레이어에게 그냥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설명’이 있다. 필요한 동작을 플레이어가 직접 하나씩 수행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칼싸움을 하는 게임이라면 칼을 다루는 조작을 가르쳐 주고, 그다음에 회피하는 조작, 반격하는 조작 등을 차례로 가르쳐 준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플레이어가 직접 그 조작을 수행하도록 한다. 어쩌면, 이런 형태가 도입되면서 ‘설명서’가 아닌 ‘튜토리얼’이라는 명칭을 쓰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단계적 설명’에도 문제가 있다.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게임이면, 튜토리얼 단계가 너무 길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게임들은 한 번에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플레이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가르쳐 주고, 나머지는 그것이 필요할 때마다 가르쳐 준다. 총을 획득한 후에 총 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자동차를 획득한 후에 자동차 운전법을 가르쳐 주는 식이다.


가르쳐 줄 때는 게임의 흐름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있고, 중단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게임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튜토리얼을 진행하면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간혹 중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플레이어의 경험을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중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작은 팝업이나 툴팁 정도로 설명을 갈무리하기도 하고, 아니면 특수 효과나 연출을 동원해 바로 어떤 동작을 수행해 보도록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칼싸움을 하는 중에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다면, 플레이를 계속 진행시키면서 간단한 설명을 화면 어딘가에 띄울 수 있다.


어떤 게임들은 아예 작은 게임 하나를 초반부에 배치해 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군대를 지휘하여 싸우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면, 단순한 목표를 가진 게임을 먼저 진행하여 필요한 조작들에 익숙해지도록 하기도 한다.


튜토리얼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


튜토리얼은 간결할수록 좋다. 하지만, 무작정 짧게 만들면 안 된다. 설명해야 하는 것이 누락되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다 있고,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튜토리얼에 포함시킬 내용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


튜토리얼은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이싱 게임을 처음 해 본 사람은 기본적인 운전 조작을 배워야겠지만, 다른 레이싱 게임을 많이 해 본 사람에게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장르의 게임들은 대체로 기본적인 조작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플레이어가 무조건 튜토리얼을 봐야만 하도록 만드는 것보다는 선택적으로 튜토리얼이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져서 튜토리얼의 실행을 결정할 수도 있고, 일단 실행시키면서 튜토리얼을 바로 종료할 수 있는 버튼을 띄워놓을 수도 있다.


튜토리얼을 만들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튜토리얼도 하나의 게임 경험이라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한 직후부터 게임에 관한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지를 매우 빠르게 결정한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그런 결정이 더 빠르게 이루어지는 편인데, 그 짧은 시간 안에 튜토리얼이 포함된다. 따라서, 튜토리얼을 단순히 ‘설명하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최초의 플레이 경험’이라는 측면도 무시하면 안 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튜토리얼에서부터 플레이어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은, 많은 플레이어들이 튜토리얼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알기 때문이 아니라, 잘 모르면서도 튜토리얼을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튜토리얼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어렵다며 게임을 중단한다. 튜토리얼을 대강 넘겼다가 막막한 상황에 빠진 것은 플레이어 본인의 책임일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언제든 다른 게임을 하면 되고,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것은 바로 게임을 제공한 쪽이다. 따라서, 누구 탓인지 가리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게임의 경험이 악화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게임에 대한 이해를 튜토리얼에만 의존하면 안 되고, 튜토리얼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최대한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영업 사원의 마음으로


튜토리얼을 제품 소개서에 비유했지만, 사실은 영화의 예고편과 더 닮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떻게 플레이하면 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매력을 고객에게 어필하는 과정인 것이다. 튜토리얼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보 전달을 위한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더 가까운 것이다. 따라서, 영업 사원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하듯이, 튜토리얼 기획자도 플레이어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객이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시키도록 만드는 것은 주로 마케팅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 고객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은 게임 제작자가 할 일이다. 튜토리얼은 게임 제작자가 하는 영업 활동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1. 튜토리얼이 왜 필요한가

고객들 중에는 어려운 게임을 싫어하는 고객들이 많다.

좋은 게임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친절한 게임을 굳이 플레이할 필요가 없다.

게임 제작과 마케팅에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 튜토리얼의 다양한 형태들

게임에 대한 설명을 모아 놓은 '설명서'를 제공하는 형태

필요한 지식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형태

처음부터 다 설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설명하는 형태

교육을 위한 미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배우게 하는 형태

3. 튜토리얼을 만들 때 고려하는 것들

필요한 내용은 다 있고, 필요 없는 내용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

보고 싶은 사람만 튜토리얼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튜토리얼도 게임의 일부이기 때문에 재미를 고려해야 한다.

게임에 대한 설명을 튜토리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게임이 고객을 붙잡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