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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람 Feb 23. 2022

검은 티티새 <에필로그>

Le merle noir

MV '시간의 종말'의 마지막 에필로그 영상이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만으로 뮤비를 끝내려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다. 시간의 종말을 초월한 십자가 사랑의 메시지가 현실로 다가와야 할 것 같았다. 해서 메시앙이 1952년에 작곡한 '검은 티티새'를 에필로그로 영상으로 넣게 되었다.



검은 티티새 

이 새는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을 때 그 주위를 맴돌던 새다. 티티새는 예수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면류관의 가시를 뽑다 상처투성이가 되고 예수가 숨을 거둘 때까지 곁을 지켰다. 유럽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전설이다. 때문에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외 여러 문학 작품에 죽음이나 재앙을 예견하는 상징적 도구로도 자주 등장했다.    


MV '시간의 종말'에서 검은 티티새는 예수의 사랑이 담긴 크리스털 상자를 물고 세상 여러 곳을 날아다닌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랑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으며 현실에 존재한다.


음악적 의미 

피아노의 불길한 9 잇단음표로 시작한다. 근심하는 듯한 플루트의 티티새가 카덴짜(cadenza)를 이어간다. 그리고 티티새와 예수의 대화처럼 피아노와 플루트는 슬픈 노래를 반복적으로 주고받는다. 죽음을 예견하는 듯한 트릴이 지나고 티티새의 불안한 노래는 극으로 치닫는다. 예수의 죽음을 본 티티새는 영원한 사랑을 완성한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높이 날아오르며 음악은 마무리된다. 


이 음악에 대해 메시앙이 직접 남긴 노트는 없다. 다만 조류학자였던 그가 수많은 새 중 '검은 티티새'만을 소재로 플루트 곡을 썼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다. 위의 해석은 이 곡을 연주한 플루티스트 황효진과 아이디어를 나눴던 내용으로 같은 음악적 방향을 맞춰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플루티스트 황효진

작품이 주어지면 200%의 최선을 다하는 연주자다. 오랜 동료로 지켜본 플루티스트 황효진은 함께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무섭게 성장했다. 특히 이번 '검은 티티새'로는 연주자 스스로의 한계를 부수고 나온 느낌이었다. 이 곡의 엔딩은 대가들도 포기할 만큼 16분 음표의 디테일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우리만큼은 해내 보자며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템포를 서서히 올리며 무한 반복 연습을 했다. 그 결과 녹음 날, 두 번의 테이크만으로 정확하게 이가 들어맞는 엔딩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조금 더디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음악을 향한 플루티스트 황효진의 순수한 마음이 그녀를 더 먼 곳으로 데려다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Special Point

신의 영원한 사랑을 담은 크리스털 상자는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신의 곁에 있다. 시간의 종말을 초월한 사랑이 이 영상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 깊숙이 닿기를 소망해본다. 

 

https://youtu.be/DF35 jMbUk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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