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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람 Feb 22. 2022

VIII. 예수의 불멸성에 대한 찬미가

Louange à l'Immortalité de Jésus

인간의 몸을 하고 온 예수를 위한 찬미가다. 불멸의 부활을 통한 그의 사랑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점점 높은 음역으로 올라가는 그의 사랑은 천국으로의 승천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자녀 된 인간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며 그들은 모두 천국의 피조물이다. O. Messiaen(1908-1992)


요한계시록을 배경으로 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중 마지막 악장이다. 6번에서 시간의 최후를, 7번에서 종말 이후 왜곡된 시공간을 표현한 메시앙은 마지막 8번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요한계시록의 핵심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부활한 예수와 그의 자녀들의 천국은 영원하다. 십자가에 달리고 죽음으로 인류를 구원한 신의 사랑,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며 어떤 죽음과 종말에서도 끊어낼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이다.   

 


음악적 의미

 악보의 7마디에 'avec amour'라는 노트가 있다. 'with love', 사랑으로 연주하라는 뜻이다. 이 곡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이깃비는 이 부분이 '십자가의 아픈 사랑'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 곡은 5번 '예수의 영원성에 대한 찬미가'와 연결된 느낌을 주는데 5번이 부활한 예수의 목소리라면 8번은 하늘로 승천하는 예수의 모습으로 이미지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느낌도 비슷하다. 5번의 화성이 영원성을 나타내는 공명이었다면 8번의 화성은 새로운 천국으로부터 울리는 종소리, 혹은 하늘로 승천하는 예수를 바라보는 자들의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서른 초반의 작곡가가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썼다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황홀하고 거룩한 화성 진행이었다.



녹음실 괴담

녹음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첫날은 피아노 조율사와의 트러블로 녹음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두 번째 날은 연주자들이 지치기 전에 솔로 피스들을 먼저 녹음하기로 했다. 어둑해진 저녁, 8번 녹음에 집중하기 위해 조명을 낮추고 첫 테이크를 끝냈는데 뭔가 이상했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바로 뛰쳐나와 물었다. '혹시 들었어요?'


바로 컨트롤 룸으로 뛰어들어갔다. 이상한 진동과 현장에 있지도 않은 드럼 스네어 소리에 지지직대는 전기 잡음들이 잡혀있었다. 사운드 모니터를 확대해보니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녹음 스튜디오는 밖으로부터 오는 모든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 제작되는 공간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몇 번 더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다른 곡을 연주하면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났지만 둘째 날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마지막 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무사히 끝났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CG 감독의 한마디

8번 영상의 핵심 메시지를 두고 영상팀과 한참을 고민했다. 원래 모래사막에서의 연주 신을 계획했었는데 당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이깃비의 런던 연주와 코로나19로 일정이 틀어져 콘셉트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8번이 핵심 메시지인데 대충 넘어갈 수 없었던 나는 크리스털 상자와 십자가를 어떻게든 연결하고 싶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CG 감독이 툭 던지듯 말했다. "크리스털 상자는 정육면체잖아요. 그럼 십자가가 되는데?"

태아가 꿈틀대듯 상자의 면이 하나씩 펼쳐지며 십자가로 완성되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시간의 비밀과 운명을 담고 있던 크리스털 상자는 종말과 함께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부활과 불멸의 십자가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한복음 3장 16절

 


Special Point

크리스털 상자가 회전하는 속도와 펼쳐지는 타이밍, 그리고 십자가의 블로우는 모두 음악의 흐름을 따라간다. 잠시 영혼의 휴식을 누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보시길 추천드린다.


https://youtu.be/E3 B7 Qt0 hz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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