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일으킨 작은 파장
그날은 오전부터 소란스러웠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수화기 너머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내가 일하는 곳은 관계 부처의 산하 기관이다. 부처에서 처음 온 전화는 전국 수련원에 이번 주 수용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전화였다. 안타깝지만 여름 방학 성수기라 빈 공간이 하나도 없었고 직원들은 모두 평일 야근까지 풀 근무라 주말에 나와 일할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정말 구멍 하나라도 없는지 한 번 더 찾아보고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전화가 걸려 온 것은 태풍으로 대회를 일찍 철수한다는 결정이 있고 나서다.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우리가 마련할 수 있던 예산은 제시한 예산보다 정말 적은 금액이었다. 이미 8월 인 걸. 어디서 그 예산을 마련한단 말인가. 그 예산은 어디에 쓰였을까. 급조된 행사에 쓰였겠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부끄럽지만 나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개최된다는 것을 사내 게시판에 조직위를 구성한다는 글을 보고 나서 알았다. 파견 날짜 앞 뒤로 담당 사업과 예약 단체로 이미 가득 찼기에 관심 밖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조직위로 떠난다는 소식에 그제야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행사 장소가 새만금이라는 것, 8월에 행사가 치러진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걱정이 하나씩 떠올랐다. 특히 올해는 7월 중 3일 이상 맑은 날을 보기 어려울 거라는 기상청의 예고가 있었다. 늪인데 비 오면 텐트는 칠 수 있을까, 폭염이면 또 어쩌지, 저렇게 넓은 장소에 그늘 하나 없다는 걸 알까, 아무리 야영이라고 하지만 편의 시설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는 행사 전 날까지 계속되었다. 그저 같이 일하는 직원 하나 파견된 멀리 떨어진 수련원에서 일하는 우리도 하는 생각이니까 대책 마련이 잘 되었을 거라 믿었다.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일에 가장 민감한 것은 뽑는다면 역시 안전사고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건 사고가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 따라서 모든 일에 보수적으로 행동한다. 최대한 안전사고는 없길 대비하고 기도한다. 그러다 만약 사고가 일어난다면 최선을 다했지만 유감이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의 운이 나빠서 발생한 사고 이외엔 없길 바라며 노력한다. 하지만 이 행사를 지켜보는 우리는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주먹구구식 행사는 비단 청소년 사업뿐 아니라 곳곳에 만연해 있다. 지역 축제와 행사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아마 우리가 더 분노했던 것은 모두가 했던 걱정과 우려에 괜찮다고 답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괜찮지 않은 일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한 행사였단 말인가. 답답함이 밀려온다.
우리는 이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은 예견되어 있었기에 더 마음이 무겁다. 우리가 어른으로 할 일은 이러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의 경험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