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곳은 로켓을 발사한 남도의 끝자락 섬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이다. 청소년 수련원이란 숙박 기능을 갖춘 종합 수련 시설로 자연권에 위치한다고 정의한다.
그렇다. 내가 일하는 곳은 숙박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연권이다. 녹음이 푸르르단 말이지. 어느 정도 자연이냐고 묻는다면 마을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에서 경사도 14%라고 쓰인 오르막길을 대략 1km 올라와야 하는 산 중턱이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아니 산만 있고 바다만 있다. 아주 탁월한 자연이다.
짐작이 안 간다고? 가까운 편의점은 5km 정도 떨어져 있어 차 타고 15분을 가야 하고 PC방을 가려고 마음먹는다면 최소 30분은 차로 이동해야 한다. 가는 길에 만나는 건 나무와 풀과 바람과 파도다. 정말 온전히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곳이지. 덕분에 선생님과 부모님이 아주 좋아한다. 아, 방문한 청소년도 좋아한다. 이곳은 숙제도 학원도 없으니까.
물론 다 좋은 것 아니다. 일단 속세의 맛을 잊어야 한다. 유명한 배달 어플에서 배달 가능한 음식점을 찾는 것보다 밖에서 고라니, 멧돼지를 마주할 확률이 더 높은 곳이다. 한 유명 배달 어플은 배달 불가 지역에 ‘텅’이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띄운다. 어떻게 아냐고?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어플을 켜서 보여줄 수 있다. 치킨, 피자, 햄버거는 잠시 이별해야 한다. 아, 민트초코랑 마라탕도.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잠잘 곳도 식사할 곳도 마련되어 있다. 밥도 잘 나온다. 동그란 체험관 건물과 그 옆에 곡선 모양의 숙소가 함께 있다. 유명 건설사에서 나선 은하 모양으로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 앞 뒤로 산과 바다가 펼쳐져있다.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보통 버스를 타고 센터로 와서 1박 2일 혹은 2박 3일을 보낸다.
숙박 기간 동안 답답하다고 쉬이 탈출하려고 시도하지 마라. 이곳은 섬이다. 모두가 버스를 타고 오기에 섬이라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지도를 펼치고 너희가 이 다리를 건너왔다 하며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를 소개하는 순간, 모두가 깨닫는다. 쉬이 나갈 수 없겠군, 나가려는 시도가 오히려 힘들겠군 하고.
이 쯤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내 이름, 별명, 나이, 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선생님은 도대체 어디서 사는 건지. 센터 근처 대도시가 고향이고 집이라고 말하면 눈이 휘둥글해져 묻는다. “선생님, 선생님은 어디서 자요? 저희랑 같이 자요?”
아, 그 질문은 내가 허허벌판에서 잘 곳은 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인 건가, 부모님 없이 친구들과 보내는 합법적인 외박에 신나게 밤새서 놀 계획이 옆 방에서 잘 지 모르는 나 때문에 무산될까 두려운 마음인 건가. 설마, 애들아 후자는 아닐 거라 믿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직원 숙소가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제야 안도감을 내비친다. 도시를 화려하게 비추는 네온사인은 없지만 광활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가득하고 은하수가 흐르는 곳에서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