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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토끼 Aug 03. 2023

무슨 일 하세요

나이 서른이 넘으니 누군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름, 성별, 나이 다음으로 궁금한 것이 어떤 일을 하는 지이다. 이 질문은 대답하기 난감하다. ‘선생님’이라고 불리지만 학교에 일하지도 학원에서 일하지도 않는다. 직업명으로 따지자면 “청소년지도사”다. 이 또한 듣는 이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무난한 답 몇 가지를 만들어 놓는다. 공공기관에서 일을 한다고 말한다던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고 대답하는 것. 이 조차도 완벽하지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닌 공공기관이라는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일하는 곳은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에 위치한 청소년 기관이다. 정확히는 청소년 수련원이다. 그렇다, 로켓을 발사한 그곳이 있는 섬. 이름도 위치도 헷갈리지만 내가 일하는 곳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은 아니다. 로켓이 발사한 곳은 직장에서 직선거리로 13km 정도 떨어져 있다. 날아가는 로켓을 맨 눈으로 겨우 볼 수 있는 다른 곳이다.


지도를 본 누군가는 이 먼 섬까지 사람이 오는지 궁금해한다. 놀랍게도 매일 대략적으로 100명의 청소년이 온다. 청소년의 법정나이는 만 9세부터 24세까지이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누가 어떻게 오는가.  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로 많이 온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떠올려보아라. 굽이굽이 산이 진 곳에 있는 어느 수련관에 간 기억은 누구나 있지 않는가. 바로 그곳,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 아마 ‘교관’이 생각날 것이다. 기억 속 그 교관이 내가 하는 역할이다.


일하는 내 복장은 빨간 모자를 쓰거나 군복을 입지 않는다. 들어오는 아이들을 대강당 같은 곳에 모아두고 다짜고짜 소지품을 뒤지지도 않는다. 도미노를 쌓거나 서바이벌 챌린지를 하지도 않는다. 밤이면 장작을 모아 캠프파이어를 하거나 촛불을 하나씩 들고 엄마, 아빠를 떠올리며 울음바다를 만들지도 않는다. 이쯤이 되면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이냐고.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일하는 곳은 로켓이 있는 곳과 가까이 있기에 “우주”를 테마로 캠프를 진행한다. 주로 아이들과 로켓을 만드는 활동과 별을 보는 활동을 한다.


애들 놀아주고 돈 받는 거잖아. 완전 꿀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교사의 역할 중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일부이듯 청소년을 만나 같이 하는 시간은 내 일의 일부분이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가 없는 방학은 한가할 것 같지만 그건 경기도 오산이다. 학교 외에도 청소년을 상대하는 기관은 많다. 그들을 위한 캠프 그리고 우리가 직접 기획한 캠프가 진행된다. 행정도 진행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지식과 변화하는 환경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을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다.


요즘도 고민한다.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도 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 답을 찾는 여정으로 나의 일에 대해 기록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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