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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토끼 May 04. 2024

어쩌다 이 직장을

자, 시작 전에 한 가지 질문을 하겠다.


여러분이 만약 직장을 얻는다면

어떤 것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인가?

돈, 복지, 안정성 등 여러 입사 조건이 있다.


내가 취업을 준비한 것은 대략 7~8년 전이다.

그땐 안정성, 워라벨과 복지

그리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선망했다.


그 바람은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좋다!’고

외치는 시기였다.


공무원이 대유행했던 시기.


나는 뒤늦게 석사 학위를 졸업했지만

운 좋게 졸업하자마자 

지역의 한 과학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일하게 된 자리는

기한이 있는 일이었다.


집도 가깝고 보수도 좋았지만

수입이 끊기는 날짜를 선고받는 일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때 공고 하나가 눈에 보였다.


정직원 그리고 식사 제공,

도시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지낼 수 있는 사택이 제공된다.


걱정과 불안이 문득 생기던 나에게

이보다 좋은 조건이 어디 있을까.


도시에서 기간제로 있으면서

시끌벅적한 출근 시간 버스도

밥값과 밥 먹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적당한 식당을 찾아다니는 일도 지쳤다.


별이 총총 보이는 시골에서

아이들과 우주를 이야기하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나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전보다 적은 월급이었다.

일단 의식주 중에 식과 주가 해결되니

그렇게 나쁘지 않은 보수였다.


게다가 주변 어른들은 입을 모아

‘밖에 있으면 돈만 더 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라며 

시골에 살면 돈 모으기도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좋아, 결정했어!


나는 입사 원서를 썼다.


연봉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이거 세전 금액 맞아요?’ 하면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렇게 지금 일하는 곳에 왔다.


이곳에서 지낸 지 5년이 되어간다.


그만큼 시대도 생각도 변했다.


공무원의 인기도 사그라들었고

사람들은 예전만큼 안정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회사와 분리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오죽하면 최근 떠도는 밈 중 하나는

‘밥 챙겨주고 잠자리 챙겨주는 건

회사에 하루 종일 일하게 만드는

최악의 회사다!’라는 것이다.


나도 일하는 환경, 가치관 등 

생각이 바뀌면

이곳을 떠날 날이 오겠지.


하루 종일 회사에 붙어 있지만

나는 여전히 별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삶에 만족한다.


여전히 적은 월급은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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