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걸까?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1

그날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

추운 만큼 별 보기 좋은 날입니다.

까맣게 물든 하늘에 새하얀 달이 보이고 밝은 별들이 저마다의 빛을 냅니다.

총총 빛나는 별과 달을 보기 위해 하늘 전망대에 있는 망원경을 움직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춥다고 느낄 정도로 바람이 매서웠어요.

별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요.

자, 망원경이 다 준비되었습니다.

오늘 함께 관측할 친구는 100명 정도 입니다.

선생님까지 포함하면 120여 명 정도 됩니다.

모든 친구들이 나와서 관측하면 마지막 친구가 너무 추울까 걱정되어 대략 30명 정도를 한 팀으로 나누어 망원경이 있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영상을 틀어주며 안에서 기다려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건 지루한 일이었죠.

영상보다 밤하늘의 별을 보는 일이 더 벅찰 테니까요.

드디어 마지막 팀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숙소로 돌아가려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붙잡고 망원경이 있는 전망대로 초대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체 선생님은 전망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춥다고 일찍 들어가자고 투덜거리기 시작하셨습니다.

동료 선생님은 그런 단체 선생님을 붙잡고 한 번만 보고 가자고 설득했죠.

못마땅했던 선생님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저희 센터 막내 선생님께 도대체 언제 끝나냐며 묻기도 하셨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을 보기에 몇몇 아이들은 망원경에서 눈을 못 떼는지 신경질적인 궁금증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예상처럼 별 것 아닌 것에 시간을 보냈다고 자신의 감정을 내뱉고는 사라지셨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가고 우리는 망원경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보여주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보이는 어두운 천체도 있어서요.

그리고 그 보챔에 못 이겨 서둘러 본 아이들까지도 안쓰러웠습니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2

겨울이면 많은 아동센터에서 캠프를 오고 귀여운 친구도 옵니다.

청소년의 나이는 9세에서 24세지만 아동센터에 다니는 친구들은 7세에서 18세입니다.

원칙적으로 9세 미만의 친구들은 저희 센터에 올 수 없습니다.

이용하는 장비의 키 제한에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올 수 없지만 올 수 밖에 없었던 친구들도 있습니다.

아동센터에서 캠프를 떠나면 홀로 남게 되는 아이들이요.

그 아이들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기에 몇 가지 유의 사항과 함께 저희 기관에 옵니다.

이날 찾아온 친구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귀여운 친구는 익숙한 듯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활동은 따라 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을 때는 조용히 자신이 가지고 온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어요.

야무진 그 친구를 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많은 친구가 설레며 기다리는 장비 체험의 시간이 되었어요.

우주인이 우주에 가기 전에 체험했던 장비를 탑승하는 시간입니다.

체험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여러 가지 제한 사항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야무진 그 아이는 몰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벽으로 다가갔습니다.

벽에는 키를 잴 수 있는 눈금과 알록달록한 우주인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조용히 키를 재고 온 아이는 울먹이며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어요.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니 그곳으로 향한 아이는 몇 분 후 붉어진 눈시울로 나타났습니다.

걱정된 동료가 괜찮냐고 물어보니 조그마한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괜찮다고 말하더군요.

안타까우면서 이겨낸 그 아이가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요?

어른의 사전적 정의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과 함께 지내며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것도

나이가 적다고 모두 어른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가끔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건지 생각 해봅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른일까요?

이 글은 읽는 당신은 어른입니까?

생각이 깊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