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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토끼 May 20. 2024

예쁘다는 말

토끼쌤으로 지낸 첫 해,

수학여행 온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이 내게 다가와 수줍게 건넨 한 마디가 있다.

2박 3일 총 7번의 프로그램 중 절반 이상 함께 해 친해진 아이들.


“선생님 너무 예뻐요.”


누구에게 들어도 좋은 그 한마디에

내 입꼬리가 히죽히죽 올라갔다.


‘그래, 애들 눈에는 내가 좀 예쁜가 보다’


그 짧은 고백에 자찬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순수함을 순진하게 받아들이던 날이었다.




어느덧 토끼쌤 5년 차

예쁘다는 말은 초등학교 4~6학년 정도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젠 그 말이 정말 글자 그대로

내가 예뻐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예쁘다는 말을 이럴 때 사용한다.


높고 낮게 굽이진 센터 길을 돌아다니며

보물을 찾는 프로그램을 하다가

끝나기 10분 전,

너무 힘들어 쓰러지고 싶지만

보물이 무엇인지 궁금함에 쉬이 쉬지 못할 때.


“너무너무 예쁜 토끼쌤, 보물은 어디에 있나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토끼쌤, 보물 알려주세요.”


꼭 이럴 때 ‘예쁘다’는 말은 빠지지 않는다.


번외로 ‘착하다.’, ‘귀엽다.’는 말이 있다.


참, 이거 내가 예쁘다고 받아들여야 하나.


하지만 그 말에 더 이상 끔뻑하지 않지.




아이들의 ‘예쁘다’는 말을 내 뜻대로 해석하자면

자신이 아는 칭찬 중 가장 최고의 칭찬인 셈이다.


‘왜 아이들은 칭찬으로 예쁘다는 말을 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되짚어보니 어른들이 칭찬하는 과정을 보고 배운 결과 같다.


조카의 작은 걸음걸음에도 “귀엽다”라며 연신 환호성을 내뱉고

지나가는 꼬마 아이에게도 “착하네, 예쁘네”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귀엽다.’, ‘ 예쁘다.’, ‘착하다.’는 말로 아이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아이들도 나의 기분을 바꾸려고

그 말을 나에게 사용했으리라 추측해 본다.


예쁘다는 말은 여전히 들어도 좋지만

너무 쉽게 사용되어 버린 말에

가끔은 부담감이나 가시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쁘다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과정을 칭찬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이 글을 집중해서 끝까지 읽다니 대단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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