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평초 Mar 01. 2023

엄마 왈 "사람이 정돈되지 못해 보여"

흔한 이십 대의 고민


중학생 때 처음 지갑을 사고서는 잃어버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충격적이다. 지갑이 비싸서가 아니다. 이렇게 흐트러진 내 모습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 흐트러진 모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착잡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무리 군인 휴가였다 해도 5일간 매일 만취가 문제였을까.

이모집과 엄마집에  짐을 반씩 나누어 보관하고 왔다 갔다 살아가는 생활이 문제일까.

좋아하는 것을 쫒겠다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이 문제일까.

재미없다는 이유로 몇 달이나 헬스를 쉬어 건강한 몸과 정신을 잃은 탓일까.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와 삶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나만의 신념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책을  권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권의 책만을 읽은 사람이 무섭다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부터였을까. 어쭙잖은 생각을 고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덕분에 허세와 잘난 척은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옳고 그름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지 회의감이 든다.


조금  나아가면 신념 없이 사는 삶은 흔들리기 마련이었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족들에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신념 없이 살아온 나는 주위에 사람들에게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필터링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인생이 망하는 것. 한 번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젊었을 때의 습관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망해간다고 한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사랑하는 사람 앞에 멋진 사람으로 당당하게 함께하자고 말하겠다는 다짐이 아직도 메모장에 있는데. 아직 늦지 않았다.


재미없는 헬스.

귀찮아서 못했던 나를 돌아보는 시간과 글쓰기.

조금 차분하게 다시 시작해 보아야겠다.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과 책.

감상하며 내 삶과 연계하여 느낀 대로 지은 제목들.

보이는 삶과 그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는 마음.

본능에 이끌려 욕구만을 쫓아다니는 그리고 당당하지 못해 숨기고픈 들.

흐트러진 나와 신념에 대하여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약해질 때면 옆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 더 보고 싶어 진다. 가족들도.


매거진의 이전글 계속 친구로 지내는 것이 맞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