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 위해 비워내는 작업 첫 단계
일 년을 거의 다 채운 연애가 끝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잘 잤는지, 무서운 꿈을 꾸지는 않았는지
도착해 있던 연락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저녁에 눈을 감기 전
예쁜 꿈 꾸기를, 편안한 밤이 되기를 기도해 주며
잠에 드는 순간까지 사랑을 고백하던
전화 속 목소리도 더 이상 듣지 못한다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끝을 맺는 순간까지 진심을 다했기에
후회도 미련도 그리움도 없는데
무언가 쿵- 내려앉은 느낌
이 감정의 질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허전함이더라
무엇이 오류였을까
잘못 끼운 단추는 몇 번째 단추일까
본질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 묻고 시작한 관계였을까?'
생각해 보니 관계를 시작할 때
하나님께 이 사람을 만나도 괜찮을지
물어보지 못했다는 걸 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상황이 열리고 막힘이 없었으며
서로에게 이성적인 끌림이 있었을 뿐,
하나님의 생각이 아닌
나의 기가 막힌 생각과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제 아무리 기가 막힌 사람의 생각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이 기가 막힐수록 멈춰서 점검해야 한다
사람은 온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이 관계를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잠시 멈춰
'하나님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나님의 생각을 먼저 물었더라면
오히려 하나님은 이 관계를
시작하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질이 맞지 않아 힘들었다
서로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찔렀다
사람의 한계는 발을 내디뎌 보기 전까지는,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아파봐야만 그 길이 최적의 경로였는지,
혹은 조금은 돌아가는 길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체질을 아시고 우리가 흙임을 기억하시기 때문이다
-시편 103편 14절 (우리말 성경)
하나님만이 우리의 체질을 아시기에
미성숙한 두 사람의 만남을 아시고
미리 보호하셨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주셨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묻지 않고 내딛는 길은 너무나도 아픈 길이다
그 안에서 분명 깨달음이 있고
아픔만큼의 성숙됨이 있으나
그 모든 걸 고사하고 아픔은 아픔이니까
묻고 가면 묻는 과정 속에서
나를 더 단단히 빚으시고 단련하셔서
실패에 아프지 않을 수 있다
넘어져도 하나님 안에서 넘어지면 안전하다
상처투성이로, 진흙투성이로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좋으신 분이니까
나의 길 오직 그가 아시나니
나를 단련하신 후에
내가 정금같이 나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