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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Dec 26. 2023

이전과 같지 않으리

채우기 위해 비워내는 작업 첫 단계

일 년을 거의 다 채운 연애가 끝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잘 잤는지, 무서운 꿈을 꾸지는 않았는지

도착해 있던 연락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저녁에 눈을 감기 전

예쁜 꿈 꾸기를, 편안한 밤이 되기를 기도해 주며

잠에 드는 순간까지 사랑을 고백하던

전화 속 목소리도 더 이상 듣지 못한다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끝을 맺는 순간까지 진심을 다했기에

후회도 미련도 그리움도 없는데

무언가 쿵- 내려앉은 느낌

이 감정의 질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허전함이더라


무엇이 오류였을까

잘못 끼운 단추는 몇 번째 단추일까

본질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 묻고 시작한 관계였을까?'

생각해 보니 관계를 시작할 때

하나님께 이 사람을 만나도 괜찮을지

물어보지 못했다는 걸 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상황이 열리고 막힘이 없었으며

서로에게 이성적인 끌림이 있었을 뿐,

하나님의 생각이 아닌

나의 기가 막힌 생각과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제 아무리 기가 막힌 사람의 생각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이 기가 막힐수록 멈춰서 점검해야 한다

사람은 온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이 관계를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잠시 멈춰

'하나님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나님의 생각을 먼저 물었더라면

오히려 하나님은 이 관계를

시작하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질이 맞지 않아 힘들었다

서로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찔렀다

사람의 한계는 발을 내디뎌 보기 전까지는,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아파봐야만 그 길이 최적의 경로였는지,

혹은 조금은 돌아가는 길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체질을 아시고 우리가 흙임을 기억하시기 때문이다
-시편 103편 14절 (우리말 성경)

하나님만이 우리의 체질을 아시기에

미성숙한 두 사람의 만남을 아시고

미리 보호하셨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주셨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묻지 않고 내딛는 길은 너무나도 아픈 길이다

그 안에서 분명 깨달음이 있고

아픔만큼의 성숙됨이 있으나

그 모든 걸 고사하고 아픔은 아픔이니까


묻고 가면 묻는 과정 속에서

나를 더 단단히 빚으시고 단련하셔서

실패에 아프지 않을 수 있다


넘어져도 하나님 안에서 넘어지면 안전하다

상처투성이로, 진흙투성이로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좋으신 분이니까


나의 길 오직 그가 아시나니
나를 단련하신 후에
내가 정금같이 나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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