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디저트가 뭐야?"
4년 동안 일했던 직장을 퇴사하는 날, 혼자 먹는 점심시간에 15년 지기 친구 C가 갑자기 찾아와 물었다. 나는 갑자기 물어온 말에 별생각 없이 답했다.
"나야 달달한 거라면 아무거나 다 좋아하지."
C는 내 말을 듣고 잘 됐다는 듯이 내가 일하는 곳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에그타르트 맛집이 있는데, 나와 같이 가고 싶다며 무작정 찾아왔다 말했다. 나는 본래 1시간 30분인 소중한 점심시간을 30분은 밥을 먹고 30분은 소화시킬 겸 앉아서 놀다가 30분은 낮잠을 자며 보냈다. 이제 막 밥을 먹은 후라 1시간 남짓의 여유가 있었다.
마지막 날 하루는 낮잠쯤은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었다. 나는 C의 제안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나섰다.
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도 얼마 전에 봐도 얘기할게 얼마나 많은지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가다 보니 2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C가 네비를 확인하며 가게 근처로 차를 세웠다. 차문을 열고 내리자 두꺼운 야상을 입고 있어도 칼바람에 몸이 움츠러드는 날씨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C는 뒤늦게 잘못 내렸다면서 총총 거리는 발걸음으로 골목 사이를 돌아다니며 에그타르트 가게를 찾아다녔다. 도톰한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나는 C의 뒤를 천천히 뒤따랐다. 한참을 골목길을 살피던 C는 차를 세운 곳에서 두 블록 지나 코너 모퉁이에서 가게를 발견했다.
"저기야!"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날 향해 손짓하고 뛰었다. 나도 그 뒤를 따라 뛰었다. 작은 에그타르트 가게는 골목길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정말 이 가게를 알고 찾아오거나,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하지 않는 이상 찾을 수 없을 거 같은 애매한 위치였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가게 안엔 달콤한 에그타르트 냄새가 가득 풍겼다. 작은 가게는 깔끔한 인테리어에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작은 진열장 안에 에그타르트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이미 포장되어 있는 상자들도 가득 쌓여 있었다. 문을 연지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데도, 이미 입소문을 탄 모양이다. 친구는 4구짜리 하나를 포장했다. 나는 옆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막상 먹음직스러운 에그타르트를 앞에 두고 살 생각이 사라졌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된 후라 배가 너무 부르기도 했고, 사실 에그타르트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다음에 근처에 오면 사 먹어봐야겠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시 차로 돌아와 타자마자, C는 에그타르트가 든 상자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얼른 받아 들었다. 가는 동안 조수석에 앉은 내가 들고 있는 게 나을 터였다. 하지만 이어진 C의 말은 생각지 못한 말이었다.
"자, 네 거야."
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응? 왜? 나 배불러서 안 먹어도 돼."
C는 웃으며 이어 말했다.
"퇴사 기념 선물."
순간 말문이 막혔다. 속에서부터 울컥 올라오는 무언가 때문에, 나는 상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C와 눈을 맞추고 말했다.
"고마워."
코 끝이 찡해지는 느낌에 나는 서둘러 상자를 열고 노란 윤기가 쫘르륵 흘러 제일 맛있어 보이는 에그타르트 하나를 꺼내 C에게 내밀었다.
"자, 너도 먹어."
"괜찮아, 너 들고 가서 다 먹으라고 산 건데..."
"이건 따뜻할 때 먹어야지 맛있지. 같이 먹어줘!"
내 말에 C는 잠시 고민하더니 웃으며 내가 내민 에그타르트를 받아 들었다. 너무 맛있었다. 금방 만든 에그타르트는 한입 베어 무니 페스츄리가 바싹하게 씹히며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의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금방 만든 에그타르트 안의 커스터드 크림이 흘러넘쳐서 빨리 먹기 급급했다.
인생 에그타르트라고 할 정도의 맛이었다. 다시 C에게 이렇게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선물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C의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마지막 퇴사 날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이후로 에그타르트는 내 최애 디저트가 되었고, 달달한 에그타르트의 맛을 잊을 수 없어 종종 찾아가는 인생 맛집도 생겼다.
C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나는 다음에 똑같이 돌려주리라 마음먹으며 기다리고 있다. C가 기분 좋게 퇴사할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