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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가 May 15. 2022

다정한 위로의 말은 어렵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일도 있다. 친한 언니가 유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괜찮냐고 묻고, 어떻게 언니를 위로하면 좋을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얼마 전 기쁜 소식을 전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신혼생활을 오래 즐긴 언니에게 드디어 예쁜 아기천사가 찾아온 줄 알고 축하의 말을 할 생각이었다.

 초기에 절대 안정해야 되는데, 직장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스트레스로 유산됐다는 말에 나는 겨우 괜찮냐고 물으며, 몸조리 잘하라는 말 먼저 할 수 없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건대,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하라고, 예쁜 아기가 더 건강해져서 다시 찾아올 거라고...


 뒤늦게 이렇게 가슴 아픈 소식을 위로할 말들로 뭐가 좋을지 찾아봤다. 하필, 찾아본 말 중에 예쁜 아기가 다시 찾아온다는 말은 하지 말라는 글을 발견했다. 내 아이를 잃은 것이 슬픈 것이기에 떠나버린 아기를 애도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건강한 다른 아이를 언급하는 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아차 싶었다. 진작에 이런 글을 먼저 찾아봤어야 했나. 이미 늦었지만, 그다음부턴 더 조심해서 말하게 됐다. 


 친구의 힘들다는 말 위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언니의 유산 얘기엔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안될 거 같아서다. 하지만 겨우 다시 꺼낸 말은 힘들 땐 참지 말고 울어. 아무렇지 않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난다는 말에 그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나의 위로의 말에 조금이나마 언니가 울지 않았음 했다. 

 시 고민 끝에 내 마음을 담은 글과 함께 수제청을 기프트콘으로 보냈다. 입맛 없을 때 따뜻하게 타 먹으라고.

 멀리 있어 당장 안아주지 못하는 상황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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