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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우 Jan 20. 2024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돌베개

                인문학을 풍성하게 하는 과학 공부

   저자는 정치, 경제, 역사, 독서, 여행, 글쓰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쓴 유명한 인문학 커뮤니케이터다. 그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데 능숙하다. 이 책도 그렇다. 과학 책들을 읽고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느낀 과학이론과 자기를 변하게 한 지식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이해하기에 만만치 않은 과학 내용들을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요약하고 적절한 예시로 풀어준다. 쉽게 설명했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공부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한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당연히 과학을 알아야 하는데 그동안 과학을 공부하지 않아서 ‘나는 누구인가,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인문학적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문학의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인문학의 가치를 키우려면 사실의 토대 위에서 과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이론으로 맹자의 인간 본성에 관한 견해의 타당성을 밝히고 사회생물학으로 사회주의의 실패를 설명하고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칸트의 철학을 이해한다. 과학 이론을 통해 인문학적 담론을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한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과학 이론을 공부해서는 지식을 융합하고 인간과 사회를 다르게 해석할 수 없다. 뛰어난 인문학 커뮤티케이터의 과학 공부는 어떻게 다른가를 볼 수 있다. 자신을 수학을 못해서 문과를 간 ‘운명적 문과’라고 말하지만 유시민은 보통의 ‘문과 남자’가 아니다. 이 책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보다는 《유시민의 과학 공부》라야 맞다.

 

  저자가 인용했던 에드워드 윌슨의 말처럼 “과학이 제공하는 사실을 모르면 우리의 마음은 세계를 일부밖에 보지 못한다.” 이 책은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의 변화를 통해 과학의 토대 위에 서야 인문학이 풍부해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과학 공부를 하고 싶게 한다. 나도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과학도 공부하고 싶다. 그러면 조금은 다르게 질문하고 다르게 살지 않았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주석에 소개한 책들부터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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