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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l 06. 2021

2. 6인의 용의자를 읽고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6인의 용의자를 읽고-비카스 스와루프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21.6.23         



슬럼독 밀리네어의 원작인 Q&A를 읽고 작가인 비카스 스와루프의 문체와 캐릭터에 빠져 읽게 된 책이다.     


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고 범죄 소설도 좋아하지 않는데, 만화책처럼 몰입하게 하는 작가의 스토리와 문체에 빠져 이틀 만에 627페이지의 책을 다 읽었다. Q&A도 단 숨에 다 읽긴 했으니 작가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2권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책은 정말 재밌었다.     


아무 관련 없는 6인의 옴니버스 같은 스토리를 날실과 씨실로 점점 원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장인처럼 6인의 스토리가 점점 정점으로 치달을수록 서로의 연관성이 서서히 드러나는 게 정말 재밌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군가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6인과 그 주변인들이 연결되어 가는가를 보는 재미가 나에겐 더 있었다.     


반전의 반전보다는 그 속에 숨은 메시지가 나는 더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Q&A에서처럼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어른들의 동화라 통쾌했다.      


물론 현실에서는 권선징악이 공식대로 적용되지 못하니까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았을까?     


용의자 1: 에케티

6인의 용의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단연코 옹게족의 후예인 에케티다. 150cm도 안 되는 키에 온통 까만 원시부족인 에케티는 처음엔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세상을 통해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돈도 없고 글도 읽을 줄 모르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별 볼일 없지만 태고의 순수함을 가진 에케티의 성스러움, 또한 아이 같은 동심은 세상에 찌들고 돈과 명예의 노예가 되어버린 다른 사람들 아니 책을 읽는 독자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참피는 눈멀지 않았어요. 눈먼 건 다른 사람들이죠.”     


참피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산업재해의 가장 큰 피해자로 태어나 얼굴은 기형이고 앞을 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한 마음과 바른 행동으로 내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녀였기에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에케티가 한눈에 반하게 되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에케티는 작가의 전작인 Q&A의 주인공인 ‘람 모하마드 토머스’의 선한 인상과 비슷해서 에케티에게 가장 눈길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람 모하마드 토머스’가 선행의 대가로  행운의 상금을 얻는 것과 반대로 에케티는 범인의 살인자로 경찰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에케티 개인으로 보면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작가가 그려 놓은 탐욕과 부정의한 세상을 더 드러내기 위해서는 태고의 순수한 인간이 타락한 인간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극적 효과로 서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전업 작가가 아닌 외교관이라는 신분의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은 촘촘하고 아주 사실적으로 인도 사회의 부정부패와 탐욕을 제대로 그려내어 가슴이 아픈 것도 사실이다. 너무나 현실적이면서 아픈 우리 현실을 제대로 꼬집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 소설이 재미있고 통쾌한 것은 어둡게 그리지 않고 가장 급박한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용의자 2: 모한 쿠마르

6인의 용의자 중 한 명인 모한 쿠마르는 부패하고 야비한 전직 수석 차관이지만, 가장 숭고한 영혼인  마하트마 간디의 영혼이 빙의되면서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되는 상황을 통해 권력자의 부정부패와 탐욕을 풍자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쿠마르의 두 얼굴의 모습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용의자 3:  자간나트 라이

그리고 에케티의 반대에 선 악의 축인 비키 라이의 죽음과  그의 아버지, 자간나트 라이의 몰락은 예견되었음에도 통쾌하게 막을 내려 속이 후련하다. 무엇보다 악의 축인 두 사람이 탐욕을 위해 부자간이라는 천륜을 저버리고 서로 죽이려 했던 사실은 인과응보의 제대로 된 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용의자 4: 문나 모바일

라이 가족이지만 악의 반대편에 서서 고통받았던 아름다운 딸인 리투 라이를 사랑했던 또 다른 용의자인 문나 모바일과 맺어 주면서 밝은 미래를 암시한 것도 통쾌하다.     


용의자 5와 6: 래리 페이지와 샤브남 삭세나

얼뜨기 미국인인 래리 페이지가 사기를 당해 인도에 오면서 겪게 되는 모험과 순수함의 결과로 인도 최고의 배우지만 언제나 인간미를 잃지 않았던 샤브남 삭세나가 가장 위기에 처한 순간에 그녀를 구해주게 되어 결혼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우연적인 해결책도 재미를 배가 시킨다.          


제7의 용의자: 이름은 없다!!     

완전 범죄를 한 엉뚱하게 나온 용의자는 정의를 대변하는 캐릭터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다.  개연성 없이 나온 캐릭터고 뜬금없이 나와 지껄이기 때문이다. 이 용의자를 볼 때 4개의 직선으로 9개의 점을 한붓그리기 하라란 퀴즈가 생각난 건, 우리 모두가 6인에만 집중했을 때, 그 외의 용의자가 더 있지 않을까 추측하는 것은 왜 안되니? 와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 정답은 없으니 말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 소설로 사람들은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명랑만화처럼 가볍게 읽었다.      

무엇보다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에서 오는 여러 설정과 사고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참 부러웠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생각의 폭과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제대로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게 하지 않을까 싶다.     

에케티는 죽었지만, 참피는 에케티와 영혼의 만남을 가진다고 말했다는데 나는 충분히 그럴 것 같다. 에케티는 태고의 옹게(사람)로 뭔가 신비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가 태고의 옹게(사람)가 되면 탐욕도 부정부패도 없는 순수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세상을 꿈꿔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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