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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l 14. 2021

3. 설득을 읽고

앤의 삶으로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여 진정한 사랑을 쟁취한 이야기

설득을 읽고-제인 오스틴

앤의 삶으로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여 진정한 사랑을 쟁취한 이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8



독서모임에서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를 다루고 정리를 해보니 책을 읽을 때 문학사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나니 이해가 더 잘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를 먼저 읽었다. 역사적 흐름을 알게 되니 책을 읽으면서 어떤 사조에서 만든 책인지 알게 되어 여러모로 좋았다. 어른이지만 초보인지라 '청소년을 위한 ' 시리즈가  이해하기 편했다. 


두꺼운 책만 읽느라 약간 지루했던 감이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설득]과 중국의 노벨상 작가인 모옌의 [모옌 중단편선], 문학사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 시리즈를 읽는 것이 그림이나 역사, 책을 읽을 때 바탕을 알게 해 주어서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도  함께 빌려왔다. 


빌려온 책 중 [설득]은 오래전에 읽었었던 적도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풋풋한 사랑 이야기라 대충 알고 있던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한 설레는 느낌으로 흥미롭게 읽어 책을 하루 만에 다 보았다. 


[설득]이란 책은 가세가 기울어 가는 귀족인 엘리엇 경과 그의  세 명의 딸 중 하나인 앤과 나중에 해군 대령으로 재산가가 된 웬트워스의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설득]이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를 추측해보면 앤과 웬트워스가 8년 전에 만나 약혼을 하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 특히 앤이 가장 신뢰하고 믿었던 레이디 러셀의 설득으로 앤이 웬트워스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파혼을 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후, 8년 후에 앤이 웬트워스를 다시 사랑하게 되고 레이디 러셀이 결혼하기를 바랐던 앤의 사촌인 엘리엇의 이중성을 어릴 적 친구인 스미스 부인을 통해 알게 되어 다시 레이디 러셀을 앤 스스로가 설득하여 결국 웬트워스와의 사랑을 이루게 된 것도 이 제목을 말하는데 한몫을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책을 완독하고 나니, 앤이 살았던 시대에 주어진 대로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보통 여자들의 삶 대신 앤이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선택했던 삶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설득'했다는 점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앤의 큰 언니 엘리자베스는 허영과 오만을 가진 귀족 아가씨로 앤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람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귀족의 딸이다. 앤의  여동생 메리는 엘리자베스보다 인간적이지만 남의 탓만 하며 남편과 아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에게 불평을 해대는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귀족의 딸이다.


아버지인 엘리엇 경은 큰 딸만을 바라보는 편애적 사랑으로 앤을 무시하고 앤을 인정하고 딸처럼 대해주는 죽은 어머니의 친구인 레이디 러셀에게 앤은 더 큰 사랑과 위안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몰락하기는 해도 명망 있는 귀족의 딸로서 이해득실에 따른 인간관계 대신 진정을 다해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보편적 인간애를 가진 앤을 큰 언니인 엘리자베스는 쓸데없는 짓이라며 대놓고 무시를 한다. 이러한 앤을 여동생인 메리는 이용을 해서 그녀 집안일의 궂은일을 시키고, 또한 의지한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앤은 불평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삶을 긍정하며 여동생 메리를 진심으로 위해 주어 메리의 식구들과 다시 연결된 엔트워스 대령과 다시 얽히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로맨스 소설답게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뭔가 큰 울림은 예전처럼 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문체가 너무 평이해서 실망한 쪽에 가까웠다. 


영화 '세 얼간이'를 너무 재밌게 봐서 원작가인 체탄 바갓의 책을 모두 다 쉬지 않고 읽었을 때 재미도 물론 있었지만 톡톡 튀는 문체에 반해서였다. 익살스러우면서 정곡을 찔러서 만화책을 읽는 듯 얼마나 웃어댔던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좋아서 원작가인 비카스 스와루프의 책도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봤었는데 체탄바갓의 익살스러운 문체와 더불어 인도 사회의 문제를 아주 깊숙하게 관통하는 그 통찰력과 묘사력에 반해 비카스 스와루프를 참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설득]이란 책을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의 평이함에 정말 실망하고 말았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도 얼마나 좋아했던가. 


19세기 영국 사실주의 대표적 작가로 날카로운 관찰력과 재치 있고 정교하게 평범한 생활의 평범한 인물을 담담하게 표현한다고 인정받는 작가치고 제대로 인상적인 문구 하나 없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이렇게 평이한 책이었던지......


바로 전에 읽었던 오르한 파묵의 책들과 비교해도 묘사도 구성도 전체적으로 아주 부족하고 주는 감동도 개인적으로 아주 작았다. 그저 로맨스 웹소설을 가볍게 읽었다는 느낌밖에 안 들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아주 주관적이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개인적으로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에게 좋다고 나에게까지 다 좋은 건 아니니까.


그리고 어릴 적 읽었던 느낌과 나이 들어 읽은 후의 느낌도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과 더불이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책에 대한 소감이 시간과 더불어 바뀌는 것을 보니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한 작가들이 사상이나 문화가 바뀌면서 후에 다시 재조명되어 그 진가를 인정받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이제 이해가 간다.


시간처럼 사람들의 가치나 기준도 차차로 흐르면서 바뀌게 되어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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