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무늬 May 04. 2022

30살,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

유학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말이 통해야 무언가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2020년 7월 31일 입독한 후, 지금 2022년 4월까지 나는 매일 독일어와 연애하는 기분이다.

어떤 날은 너무 귀엽고 그 모습이 궁금해서 더 알고 싶고 소유하고 싶지만, 어떤 날은 꼴도 보기 싫을 정도의 권태기를 겪는 기분이랄까. 지금도 그 과정은 약 3달을 주기로 계속 반복되고 있고, 언제쯤 끝이 날지는 모르겠다. 그러한 과정속에서 일단 공식적인 독일어 시험은 지난 3월 30일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한국에서 수능시험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디자인을 전공하여 대학을 졸업한 나.

공식적인 외국어 공부는 수능 영어가 마지막이였고, 대학을 다니며 언젠가 유럽으로 떠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꿈으로 프랑스어를 몇달 배우다가 당장 눈앞의 졸업과 취업으로 인해 그만 두었고, 회사를 다니며 유학에 대한 꿈을 가지고 토요 영어 회화반을 다녔으나 사회초년생에게 회사 밖에서 새로운 배움이란 불가능이였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대학 졸업 당시만 하더라도, 미대생에게 영어성적은 졸업 필수 조건이 아니였기에 졸업하기 4달 전 미리 취업한 나는 공인영어성적도 없었더랬다. 2년이라는 야박하기 그지 없는 유효기간을 가진 영어성적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영어공부에서 멀어졌다는 의미이다.

그랬던 내가, 영어도 몇달 들어본 프랑스어도 아닌 독일어라는 정말 생소한 언어를 나이 30이 넘어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문제는 시작할 땐 행복했다는 것이다. 나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유럽 언어의 공인 성적은 총 6단계(초급 (A1-A2)+ 중급(B1-B2) + 고급 (C1-C2))로 나뉜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예술계통 A2-B1, 디자인대학 B2-C1, 인문대학 C1, 독일어 전공자 C2의 독일어 자격이 필요하다. 나의 첫 목표성적은 최소 지원자격인 B2였고, 현재 나는 우여곡절 끝에 C1를 소유하게 되었다.

다행인것은 언어 성적에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영어시험과 달리, 유럽 언어의 공인인증 시험들은 유효기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 실제 언어의 구사능력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먼저 나의 짧고도 긴 언어시험의 역사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의 첫 독일어 시험은 2020년 10월 Goethe-Zertifikat B1 였다.

7월 31일 입독 후 시험까지는 약 2달의 시간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동양에서 이제 막 입독한 학생을 받아줄 어학원이 없었으므로 한국의 선생님과 줌으로 과외를 받으며 준비했던 시험.

독일어 B1 자격증은 외국인들이 독일 영주권을 받기위한 조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것은 독일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소통의 기준이 B1라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인과 이야기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내가 시험장에서 독일인 감독관과 과연 대화가 될까, 내 독일어를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까가 나의 가장 큰 걱정이였다. 독일어에 대한 공포로 시험 전 잠을 못이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다 지났으니 할 수 있는 말이다. 다행히 첫 시험은 한번에 통과되었고, 감사하게도 말하기 시험 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분의 감독관의 모습은 아직도 각인이 되어 마음 한켠에 나의 자신감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두번째 독일어 시험은 2021년 3월 Goethe-Zertifikat B2.

B1 시험을 치른 이후 독일 내에서 독일어공부를 해보고자 대학교 어학당과 어학원 시험에 지원했다. 대학교 어학당 시험을 보고 수업 가능일자도 통보받아 행복해했지만, 코로나 락다운 소식으로 인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놈의 코로나가 얼마나 미웠던지. 많이도 원망했더랬다.

결국 계속 한국의 과외 선생님과 과외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독일에서 제공하는 다른 인터넷 수업도 시도해 볼 수 있었지만, 한국만큼 인터넷 시스템에 잘 적응된 수업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고 기초부터 함께 수업을 들어온 선생님께서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해주셨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B2 수업은 독일어의 중고급 단계로 넘어가며 읽기과 듣기의 단어 수준 뿐만 아니라 말하기와 쓰기 영역이 정말 어려웠다. 아웃풋이라 불리는 표현 영역은 언어를 듣고 해석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한국식 외국어 교육과 정말 다른 부분이였고, 문법적인 부분과 내용적인 면이 모두 갖춰져야만 했다.

걱정했던대로 첫 3월 9일에 치른 첫 B2 시험에서 읽기, 듣기, 말하기 영역에서 합격점수를 받고, 쓰기 시험을 낙제했다. 놀랍게도 준비했던 주제를 받은 말하기 영역은 최고점을 받았지만 말이다.

점수를 받자마자 시험 주최기관인 Goethe Institut에 메일을 보내 3월 30일 쓰기 시험에 자리를 받았다. 내 기억으로는 시험장에 자리가 없었는데 (이것 또한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시험인원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간절하게 내가 이번 겨울학기에 원서를 쓰려면 최소 B2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호소의 메일을 보냈던 것 같다. 다행히 컷트라인으로 합격점수를 받았고, 3월 30일 시험을 통과하여 최종 B2를 받았다.


이 이후로 나의 독일어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고급단계는 고급단계인 것인지 C1 수업은 대부분 대화, 토론, 에세이(쓰기)로 이루어졌고 그 아웃풋에 너무나도 취약한 나는 매일매일 좌절했다. 물론 그 당시 다니기 시작한 사설 독일어학원에서 내 인생 처음으로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가장 고급반의 수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당시 독일어를 배운 기간에 비해 빠르게 언어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고, 시험은 시험일 뿐임으로 C1도 준비하면 금방 딸 것이라고 믿었던 나는 겁먹은 자라가 되어 모든 시험을 뒤로 미루고 시간을 가지고 마지막 시험을 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C1 시험에는 토플과 토익, 아이엘츠 등등의 영어시험처럼 총 세 가지의 시험(TestDAF/ Telc/ DSH)이 있다.

나의 첫 C1 시험은 앞서 본 두개의 시험과 같이 Goethe Institut가 주최하는 TestDAF Zertifikat.

컷트라인이 존재하여 합격 유무를 받는 것이 중요한 B1, B2 시험과 달리 이 시험은 모든 영역에 일정한 수준의 등급을 받아야 했다. (3등급: B2/ 4등급: C1/ 5등급: C2) C1를 원하는 나는 모든 영역에서 평균 4등급을 받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다. 즉 합계 4개의 영역별 합계 16점. 몇몇 대학은 모든 영역에서 4등급 이상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일단 나의 목표는 평균 16점을 받는 것이였다.

2021년 7월 처음으로 본 TestDAF 시험에서 읽기 4/ 듣기 5/ 쓰기 3/ 말하기 3을 받았다. 합계 15점.

와 이것 참 한번 더 보면 점수가 나오겠는 걸?

2021년 9월 두번째 TestDAF 시험 결과는 읽기 5/ 듣기 3/ 쓰기 3/ 말하기 4. 합계 15점.

이것 참 망했군.

결과를 받고나니 연말 휴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내년 2월까지 TestDAF 시험을 볼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을 준비한 시험인데, 그 시험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다시한번 좌절했다.

뭔놈의 홀리데이 휴무가 이렇게 긴 것인지. 너희들의 휴무만큼 나의 시간도 중요해 이 독일놈들아!


하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고, 결국 Telc에서 주최하는 telc Deutsch C1 Hochschule를 보게 되었다.

여름 학기가 다가오니 마음이 너무나 급했고 시험 준비시간이 없이, 그냥 한번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일단 시험 등록부터 했다. 그래 떨어지더라도 이것은 경험이다. 두번째 시험 합격을 목표로 도전하자.

2021년 11월 telc Deutsch C1 Hochschule.

시험은 어찌저찌 마무리했는데, 문제는 코로나와 연말 휴무로 두달이 넘게 시험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망할.

결국 해를 넘겨 1월에 성적표를 받았고 다행히 합격.


이러한 몰아치는 독일어 폭풍 속에서 또 하나의 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영어 공인 성적이였다.

모든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였지만 몇몇의 학교는 입학 또는 졸업 요건으로 영어 성적을 요구하기도 하였고,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어느 전공을 최종으로 선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어성적은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원래 11월 telc 시험의 결과를 보고 바로 1월에 영어 시험을 보고 싶었던 건데. 인생에 마음대로 진행이 착착되는 것은 원래 없었더랬다. 이렇게 된 이상 독일어에 영어, 묻고 더블로 가는거다.

유럽에서 인정하는 영어시험을 보기위해 British Council이 주최하는 IELTS를 선택했고, 목표 성적은 안정적으로 B2로 잡아 평균 6.0을 받고자 했다. 준비기간은 약 1달. 대학에서 독일어 수업을 들으며 따로 영어 공부를 하기란 정말 어려웠고, 수업이 없는 주말에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를 했다. 두 언어 모두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다.

독일어 시험 중간에 본 2022년 1월 IELTS 영어시험.

와 예상했던 그 결과가 그대로 나왔다. 한국식 영어 교육을 받은 토종 한국인 답게 읽기와 듣기는 좋은 점수를 받았고 쓰기와 말하기는 처참한 점수를 받아 평균 6.0. 일단 이정도로 만족하자. 독일어 시험이 끝나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걸로!


그 후 Telc 시험의 불합격을 예상하여 대학교 독일어 어학 수업을 계속 듣고 있던 나는 대학에서 주최하는 DSH 시험을 학교 학생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Telc 결과를 1월에 받고 시험 등록을 잠시 망설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못 먹어도 Go'다. 독일어 시험 삼대장을 모두 정복하겠다는 마음이였던 걸까, 정신 차려보니 시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2022년 3월 DSH 시험. 

DSH시험도 TestDAF 처럼 3가지 등급 (DSH1: B2/ DSH2: C1/ DSH3: C2)으로 나누어져 있고, 나는 DSH2를 받아야 했다. 머리가 아픈 것은 읽기,듣기,쓰기 시험에서 DSH2를 받더라도 말하기시험에서 DSH1를 받는다면 최종성적은 DSH1로 확정이 된다는 것이다. 평균점도 아니고 최악의 점수를 마지막 점수로 준다는 것.

이 모든 여정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착잡하기도 시원하기도 했던 시험이였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의 심리적인 불안감은 바닥을 쳤지만, 예상보다 읽기, 듣기, 쓰기 시험은 안정적인 점수를 받아 DSH2를 받았다. 말하기 시험날 극도로 긴장한 나는 시험에서 이렇게 절어본 적이 언제였나 싶게 말을 저는 실수를 했지만, 넓은 아량을 가지신 감독관님 (사실 몇달간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감독관으로 들어오셨고, 평소 너의 실력을 알고 있다고 오늘 뭐가 문제였는지 말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덕분에 실질적으론 DSH1인 DSH2를 컷트라인으로 받았다. 구구절절 말이 많았지만 최종 점수는 DSH2, 즉 C1로 모든 시험이 마무리 되었다.



나의 독일어와 영어 공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간단하게 시험을 바탕으로 외국어 공부 연대기를 정리해보았다. 

이 글에서 생략된 많은 부분은 앞으로 다른 글들을 통해 또 기록해볼까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 스스로 상기시키며 올챙이적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기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