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무늬 May 04. 2022

요즘 내가 보고 듣고 있는 것들

최소 4개~6개의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폴리글롯들이 언어 학습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은 그 언어에 대한 다양한 인풋을 늘리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인풋"이라고 불리는 것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공식적인 언어 수업 이외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정말 독일어가 안들렸다. 영어는 12년 의무교육기간 동안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최소 10년은 배웠으니 원하든 원하지 않았던 내 머릿 속에 남아있는 단어들과 이미지가 있었지만, 독일어는 아무런 데이터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알아 듣던 아니던 그저 다양한 독일어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독일어 교재를 반복적으로 틀어놓았고 그 다음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유튜브를 지금은 독일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을 틀어놓는다. 그 중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1. 팟캐스트

- Easy German

아마 독일어 공부를 하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채널이 아닐까 싶다.

독일인 Carie와 미국인 Manuel이 함께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는 독일어 교육 팟캐스트로 한 회차에 약 30분 정도이다. 매일 아침 학교를 가는 길에 딱 한 개의 방송을 듣기에 좋은 길이와 정확한 발음을 제공하고, 외국인에게 필요한 정보들(역사, 교육,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정말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주제로 다룬다. 처음 이 팟캐스트를 알게 된건 독일의 지역별 특징을 소개하는 회차였는데 지역별 특징에 대한 사소한 편견들을 재밌게 풀어낸 이 방송을 듣고 이 팟캐스트를 구독하고 꾸준히 듣게 되었던 것 같다. Manuel의 경우 독일로 유학을 오고 난 후 약 10년 이상? 독일에서 거주한 것 같은데, 외국인으로써 어떠한 점들이 처음에 낯설었는지 본인의 시선으로 보는 독일을 이야기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도 있는데 길거리에서 독일인들을 인터뷰하며 문법들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거나, 독일인들의 생각을 알려주는 방송이다. 개인적으로는 자막이 모두 보이는 유튜브보다는 귀로 몰입하여 들어야 하는 팟캐스트가 듣기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 Mikado radio für Kinder

NDR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역사가 오래된 어린이 프로그램인 Mikado.

매일 아침 주로 Easy German을 듣지만, 가끔 가볍고 즐거운 노래와 함께 걷고싶을 때는 이 방송을 듣는다. 독일 문화에 대해서 어린이들에게 설명하거나 그것에 대한 어린이 기자들의 인터뷰 혹은 부모님과 아이들의 대화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내용이 어렵지 않다. 가끔 라디오 어린이 연속극도 나오는데, 진짜 어렸을 때 한국에서 듣던 구연동화들을 듣는 기분이다. 또 중간중간 독일어 동요와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최신곡들을 틀어주는데 가끔 너무 웃긴다. 독일인 친구들은 어렸을 때 이런 노래를 듣는구나 하면서. 인기곡을 소개하며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 노래가 나온 적이 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나는 한국인임에 틀림없다.


- About bauhaus

베를린에 위치한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에서 바우하우스에 대해 소개하는 팟캐스트.

다른 팟캐스트 방송과 달리 매 달 한개 씩 주제를 대담하는 형식으로 업로드 된다. 주로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연구원들이 인터뷰를 하다보니 학술적인 단어와 내용이 많이 나오지만, 기존의 책과 다큐멘터리에서 보지 못했던 상세한 일화들과 작품들을 연계하여 설명해줘서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의 예술분야의 용어들을 배우기 위해 듣고 있는 팟캐스트. 안타깝게도 백프로 다 알아듣지는 못한다.


- BBC world service "Learning English News Review"

영어 팟캐스트 중에서 꾸준히 듣는 유일한 프로그램. 영어 팟캐스트는 사실 종류도 많고 추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무래도 독일어를 계속 공부 중이다보니 뭔가 하나를 꾸준히 듣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길이가 10분정도로 매우 짧고,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기사에서 발췌한 표현들을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는 이 팟캐스트는 꾸준히 들을 만 하다. 이 외에도 BBC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영어 학습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니 취향에 맞게 들으면 도움이 될 것같다. IELTS 시험을 위해 영국식 영어 발음에 익숙해지고자 한다면 더욱 추천하는 팟캐스트!



2. 방송/ 드라마

OTT채널에서 제공되는 한국어 방송을 제외하고는 한국 방송을 보기가 어려워진 덕분에 반 강제적으로 다양한 외국어 방송과 드라마를 소비하고 있긴하지만, 자막 없이 혹은 외국어 자막과 함께 외국어 방송을 보는 것이 '오 뭔가 학습중이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오락용으로 소비하는 방송들과 즐거운 공부의 일종으로 소비하는 방송들이 나눠져 있다.


1) 뉴스

- Tagesschau

독일의 공영 뉴스로 매일 저녁 20시 약 15분 가량의 뉴스브리핑을 진행한다. 나는 Tagesschau 공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음날 아침에 외출준비를 하며 듣는 편인데, 뉴스이다보니 당연히 어려운 단어도 많고 못알아 듣는 부분들도 있지만 독일이 어떻게 돌아가지는지 선거가 있었는지 등 내가 살아가는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보고 있다. 시사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보니 주변 친구들과 대화는 데에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요즘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뉴스들이 주로 헤드라인으로 나오다보니 동유럽 출신 친구들과 대화하는 데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2) 독일어 드라마

독일어 드라마는 사실 매일 본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보려고 노력은 한다. 왜냐면 대부분의 독일어 드라마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과 화려한 그래픽을 중요시하는 한국드라마에 익숙한 나에게 대부분 단순하고 팩트 전달을 위주로 하는듯한 편집의 독일드라마는 정말 집중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독일의 전원일기격인 'Tatort'가 형사물인 것을 보면 독일인들이 얼마나 범죄, 형사물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Tatrot'를 매주 일요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형사물 이외에 재밌다고 생각한 몇 가지 드라마를 적어 보았다.


- Netflix "Das Pubertier"

사춘기 딸을 가진 아빠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짧은 드라마로 내가 처음으로 본 독일어 드라마 시리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이다보니 크롬의 확장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독일어 자막을 편리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였다. 또한 사춘기 딸을 걱정하는 아빠와 딸의 십대 딸의 사춘기를 보내는 내용은 전세계 공통인지라, 일상 대화를 배우기에 좋은 드라마로 3번 정도 본 것 같다. 뭐 내용은 예상이 되는 범위이지만 독일어 회화를 생각한다면 추천할 만 하다.


- Netflix "Ku'damm 56/59/63"

Ku'damm은 세 개의 시즌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56년도, 59년도, 63년도의 한 댄스아카데미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다. 댄스아카데미의 원장은 세 딸을 가지고 있는데, 전쟁 후 독일의 일상의 모습과 함께 각 딸들의 연애, 결혼사를 보여준다. 내용이 다소 폭력적이고 전개가 종종 뜬금없어서 놀라웠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인 작은 딸이 춤과 노래 그리고 그녀의 복잡한 애정관계 덕분에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끝까지 보긴 본 드라마. 말이 빠르고 중간중간 사투리가 나와서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 Netflix Original "How to sell drug online"

독일 드라마 중 제일 세련된 요즘 형식의 드라마라고 느낀 청소년 일탈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이다보니내가 봤던 독일 드라마 중에서는 전개도 매우 빠른편이고 그래픽도 화려했다. 독일의 한 범생이 고등학생이 의도치 않게 인터넷 마약딜러가 되는 이야기인데, 내용이 자극적이라 눈을 뗄 수 없다. 중간 중간 으익.. 하는 징그러운 장면들이 나와서 빨리 감기를 하며 보았다. 트렌디한 단어들을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


- ZDF Mediathek_ZDF Neoriginal " The Fck Start up"

ZDF Mediathek 어플리케이션 혹은 웹사이트에서 지나간 방송을 보거나 실시간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ZDF Neoriginal에서 제공하는 드라마들을 종종 본다. 역사물이나 형사물이 아니라 현재 독일인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시리즈물들이 많이 제공된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의 스타트업의 창업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남친이였던 동업자의 배신과 코워킹 공간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시트콤처럼 다루고 있어서 가볍게 시청하기에 좋았다.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중.


- ZDF Mediathek_ZDF Neoriginal "Lehrerin auf Entzug"

처음으로 봤던 ZDF NEoriginal 시리즈! 이 시리즈를 보고나서 계속 ZDF Mediathek을 들어가서 신작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인터넷 수업을 진행하게 된 초등학교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인데, 어찌나 현실적인지! 독일 학부모와 선생님의 관계 그리고 문제가 왕왕 많은 독일의 인터넷 시스템, 독일인들도 자조하는 관료주의적인 문화까지. 코로나 판데믹에 대처하는 독일 교육을 가볍게 풀어낸 드라마이다.


3) 토론 프로그램

- ZDF Mediathek "13 Fragen"

독일에는 다양한 주제의 토론 프로그램이 있다. 언어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토론이 모든 수업의 기본인 독일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처음에는 정말 "공부"를 위해서 보기 시작한 토론프로그램들. 그 중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정말 한국에서 보지 못한 포맷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3명씩 찬반을 나누어서 토론을 하는데 서로에 주장에 동의하면 한칸씩 앞으로 걸어간다. 신기했던 점은 토론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패널들이 서서 진행한다는 것! 토론이 끝날 때에는 각 팀에서 서로의 의견을 반영한 최종 변론을 한다. 최종 목표는 양측에서 제시한 의견을 통해 하나의 협의점을 찾는 것이다. 민감한 주제인 인종차별부터 에너지자원문제, 정치와 경제 등을 넘나드는데 각 영역의 전문가들 부터 연예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주제에 따라 프로그램에서 기본적인 상황설명이나 부가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흥분하거나 화내는 패널들도 있는데 그것을 통해서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옅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히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 SWR "Nachtcafe"

앞의 "13 Fragen"이 경제와 정치적인 문제들을 다룬다면 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면 꿈과 악몽, 왜 결혼을 하는가, 사랑의 힘이란 무엇인가,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이 주제이다. 독일어를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추천해서 보기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굉장히 심오하지만 일상적인 주제이기도 해서 공감이 되기도 한다. 독일의 토론프로그램이 흥미로운 이유 중에 하나는 출연자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온몸에 문신을 한 사람부터 어린이, 할머니와 할아버지, 예술가와 정치가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방송을 볼 때 마다, 물론 모든 이야기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상대방의 삶의 방식과 다름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그러한 이야기들을 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4) 미국 시트콤

- Bigbang Theory + Modern Family

매일 아침 식사시간에 시트콤을 보는 남편님 덕분에 함께 매일 1회씩 시청 중인 미국시트콤. 남편은 시트콤을 보고 좋았던 표현들을 몇번 반복해서 들은 후 수첩에 적어둔다. 아침에 영어를 듣고 가야 일할 때 영어모드로 전환이 빨라진다나. 나는 그림과 함께 60~70프로 정도 이해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일상적인 개그들이 있다보니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도 많다. 이미 빅뱅이론은 마지막 시즌까지 완주했고 모던 패밀리는 시즌 1을 굉장히 여러번 봤는데 너무 지루하다고 항의하여 현재는 시즌 4까지 반복해서 보는 중이다.



3. 신문

요즘 매일 신문기사 하나씩은 정독하고 좋은 표현을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좀 더 사회적인 현안을 다루는 내용이나 테크분야의 기사를 읽으면 일상 대화에도 도움이 되는 기분이다.

- Tagesschau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신문. 우리나라의 연합뉴스?나 KBS 공영뉴스처럼 객관적인 사실들을 위주로 작성되는 기사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사설보다는 세상에 어떤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팩트체크가 필요할 때 주로 보는 신문. 내용이 간략하다보니 짧은 시간에 읽기 좋아서 종종 들어가곤한다.


- Der Spiegel

정치를 전공하는 독일인 친구가 추천해서 보기 시작한 현재 독일에서 가장 큰 뉴스 매거진. 한국의 시사저널같은 매거진이라고 해야할까? 일부는 독일 친구들도 내용이 이해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한국(이라기 보다는 북한에 관련된 기사들이 많지만...)에 관련된 기사들 또는 문화 예술분야, 네트워크와 기술 분야에 관련된 사설들을 보는 것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단어 수준들이 굉장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 따로 저장을 해놓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다.



4. 책

정말 다양한 종류의 책을 외국어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모든 독일어 선생님들이 제일 강조하는 것이 책읽기인지라, B1 시험 이후로는 이해가 되지 않고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도 책을 계속 읽으려고 했다. 독일어의 경우 청소년 소설을 위주로 읽고 있고 영어는 일반 소설과 비문학책들을 다양하게 읽고 있다. 책은 그래도 종이책이지! 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지만, 현재는 편리성을 택하여 킨들과 종이책을 그 때 그때 번갈아가며 읽고 있다. 아무래도 영어 책의 경우 킨들이 선택권이 넓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어를 배우면서 변화한 나의 책읽기 습관은 단어를 100프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위주로 읽는 다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디오북을 같이 구입하여 책을 읽을 때 같이 듣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마치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소리에 몰입하여 듣게된다. 언어를 습득하기에 올바른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외국어 책을 끝까지 완독하고 계속해서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긴하다.

책의 경우 하고싶은 말이 많아서, 어떻게 오디오북과 킨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기회가 된다면 정리하여 올릴 계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0살,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