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가방을 내려 놓는데 체중계가 눈에 들어왔다.
작동이 잘 되는지 궁금해 바닥에 잘 놓아두고 두 발을 올려 보았다.
빨간 숫자가 어지럽게 바뀌어 가며 측정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다 멈춘 숫자 84.8
‘이놈의 체중계는 바닥이 평평하지 않으면 꼭 이상하게 숫자가 나오네’ 투덜거리며 거실로 옮겨 다시 측정해 보았다.
몇번을 옮겨도 똑같은 숫자. 믿을 수가 없었다.
얼마전 병원에서 체중을 쟀던 둘째가 생각났다. “예온아 이리와서 올라가봐” 아이는 아빠의 말에 쪼르르 달려와 사분이 올라갔다. 측정된 무게는 20kg
“어때? 예전 무게와 같아? ”
둘째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응 똑같은데 왜?”
“아빠 몸무게가 이렇게 나올 수 없어서 체중계가 고장이 아닌가 싶었어”
평생에 이런 몸무게를 받아 본적이 없어 bmi지수를 계산해 보니 ‘과체중’이 나왔다 그것도 경계가 아닌 중간정도였다.
당황스러워 아내에게 말했다 “나 살쪘어, 과체중이야!! 어쩐지 달리기 할 때 몸이 무겁게 느껴지더라구” 아내는 살이 쪘다해도 말라보이는 나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뭐 그래도 큰 변화 없어 보이는데?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나는 외적으로 큰 변화가 없음을 알기에 위로가 아닌 원인을 같이 찾고 싶었다.
나는 의학적으로 정상이 되고 싶었다.
"80kg을 만들겠어"
'기본적으로 식사량을 줄이고 간식을 먹지 말아야겠다.'
주 2회 5km를 뛰었지만 이젠 매일 뛰어야겠다는 생각에 저녁을 먹고 운동복 차림으로 나갔다.
공기중의 물방울이 피부에 많이 붙어있는지 다리가 묵직하고 끈끈했다. 언제라도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목표를 이루겠다는 집념이 묵직함과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을 이겨냈다.
보통 공원까지는 300m 정도 오르막이라 걸어 갔지만 이제는 그마저 나에 도전처럼 느껴졌다.
뛰기 시작했다.
평균 심박수 150정도에 맞춰서 뛰어왔었다. '오늘부턴 조금더 속력을 내어 160에 맞춰야지' 생각했지만 의욕이 과했는지 심박수는 170을 표시했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부족하단 느낌에 더 힘내 속력을 내려 했다.
5km를 뛰어 옷과 헤어밴드가 땀으로 축축해졌다. 조금더 뛰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더 이상 근육이 움직여 주질 않았다.
다음날, 그다음날에도 계속 뛰었다. 피로가 누적되어 목표한 거리를 채우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목표를 한 몸무게를 달성하고 싶었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임을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7일째 되는날 달리기를 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 콧물이 흘렀다.
닦을 휴지가 없어 검지손가락을 들어 쓰윽 닦았지만 잠시 후 또 흘러내림이 느껴졌다.
'집에가서 코를 풀어야지' 생각을 했지만 콧물들이 뭉쳐서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으로 더 빠르게 내려왔다.
이번엔 손등으로 쓰윽 닦았다. 손등에 묻은건 맑은 콧물이 아닌 빨간 피였다.
그 동안 쉬지않고 무리하게 뛴 결과 '너 무리하고 있어'라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난 씩 웃음이 나왔다. 내몸이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 같았다.
하룻밤이 지나고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체중계위에 다시 올라갔다.
빨간 숫자가 날 보고 웃어주며 80.2kg을 표시해 주었다. '이제 조금 쉬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