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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선수의 한마디

by 몽쉐르

나를 나보다 더 정확하게 읽는 다트선수가 옆에 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기도 하고
속내를 감추는 데 능숙한 나의 가면을 단번에 꿰뚫어본다.
그의 말은 언제나 다트의 촉처럼 내 중심을 정확히 맞췄다.


“헉.”


놀라움과 함께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올라오지만
동시에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나는 많은 일을 한다.
주식, 부동산, 회사 일, 글쓰기 등등...
겉으로 보기엔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느낀다.
그렇게 해도 전문적이라 느껴지지 않고 이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잘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아내는 가끔 묻는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그럴 때면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냥 해야 할 것 같았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끝없이 떠올랐고
그 모든 생각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나를 몰아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마음의 중심을 정확히 겨누던 다트선수가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건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정답입니다’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언제나 불안했다.
돈이 없어도 불안했고 있어도 잃을까 불안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도 불안했고 좋아지면 또 무너질까 불안했다.
가족이 있어서 행복했지만 그들을 잃을까 두려웠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언젠가 멀어질까 봐 마음 한켠이 시렸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렇게 애써도 결과는 비슷했다.
주변을 보면 걱정하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참 부럽다.
나도 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멈추지 못한다.
쉬어도 마음은 쉬지 못하고 달리는 말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요즘은 잠시 속도를 늦추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트 선수의 그 말을 떠올린다.
“열심히 하는 건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다르게 살고 싶다.
불안 때문에 달리지 않고
의미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조급한 열심 대신 고요한 방향을 품은 열정을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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