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트남 도로 위에서 만난 일상과 첫인상

무이네로 이동과 도착

by 몽쉐르

(4화)

공항에서 만난 기사님

우리를 기다리던 기사님을 만났다. 작년에 만났던 기사님은 짐도 들어주고 환영의 미소를 지어 주었는데, 이번 기사님은 그런 제스처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내가 대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도 스쳤다. 그렇지만 이내 그런 감정을 털어내며 본격적인 여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IMG_7837-ezgif.com-video-to-gif-converter.gif

예약했던 카니발 대신 16인승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순간 추가 요금 걱정이 들었지만, 예약 센터에서 추가 비용이 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카니발의 안락한 시트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넓고 높아 쾌적한 16인승 차량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아직 무이네까지 가는 길이 멀었지만, 베트남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도로 위의 베트남

차량이 출발하자마자 기사님께 부탁하여 VP BANK ATM에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잠시 들렀다. 수수료가 걱정됐지만, 영수증에 수수료가 0원으로 표시된 걸 보고 안도했다. "역시 환전 대신 토스카드를 가져오길 잘했어!" 스스로를 칭찬하며 작은 성취감에 미소가 번졌다. 긴장이 풀리자 비로소 창밖으로 베트남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치민의 도로는 오토바이의 천국이었다.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 가족이 모두 올라탄 오토바이, 그리고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는 오토바이들. 그 다양함에 감탄하면서도 매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반면, 내가 탄 차량은 잦은 경적을 울리며 안전하게 길을 해쳐 나갔다. 차창 밖으로 이런 풍경을 보며 현지의 생생함을 느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뒤죽박죽인 도로 상황 탓에 작은 사고로 시간이 지체됐던 작년 기억이 떠오르며 이번 여정은 별 탈 없이 진행되길 바랐다.

중간에 주유소에 들렀다. 나는 짧은 시간 동안 작은 마켓으로 달려가 과자와 음료를 샀고, 기사님께 드릴 콜라도 챙겼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맥주라 생각했던 것이 에너지음료였다. 다시 마켓으로 뛰어가 맥주로 바꿨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현지인의 웃음과 친절함이 긴장된 마음을 녹여 주었다.


고속도로와 휴게소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드디어 쭉 뻗은 길이 나왔다. 오랜 시간 비행기와 차량에 갇혀 있던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며 시원함이 밀려왔다. 무이네로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나무로 가득한 농장이 있었다. "고무나무인가요?"라고 기사님께 물었더니, 소나무과의 나무일뿐이라고 답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여행지의 느낌을 만끽했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는 작년에 방문했던 곳과 같았다. 엄마는 한 현지인이 뻥튀기에 바나나가 박힌 과자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고, "저거 맛있겠다"며 하나 구매하셨다. 옥수수를 좋아하시는 엄마는 삶은 옥수수도 3개 사겠다고 하셨다.

아빠는 파파고 번역기를 사용하려고 하셨는지, 옥수수를 파는 사람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클릭 클릭" 하셨다. 그러나 옥수수를 파는 사람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웃으며 다가가 영어로 "얼마인가요?"라고 물었고, 상인은 앞에 적힌 "15k"를 가리켰다. 이곳의 화장실은 유료라 생각했지만, 모두가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것을 보고 나도 편하게 이용했다. 이렇게 작은 순간들이 쌓여 여행의 일부가 되어 간다. 작은 일 하나에도 긴장하던 내가 조금씩 여행지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차 안에서 바삭한 소리와 달콤한 맛의 바나나뻥튀기가 입안을 채웠다. 엄마는 드셔보시더니 맛있게 먹고 있는 현지인에게 속았다고 별로 맛없다고 옥수수를 드셨다. 아이들은 이때부터 바나나뻥튀기를 보면 할머니가 좋아하는 뻥튀기라고 이야기했다.


무이네에 도착하다

차량은 마침내 무이네의 리조트에 도착했다. 새벽 4시에 시작된 여정이 오후 5시가 되어 끝났다. 한국 시간으로는 무려 15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거의 유럽행 비행기를 탄 기분이야." 가족 모두 지쳐 있었지만, 거대한 리조트와 눈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은 피곤함을 잊게 했다.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보이는 배 모양의 수영장에 아이들은 벌써부터 눈을 반짝이며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어둑해진 시간이라 다음 날로 미뤘다. 우리는 방 3개를 예약했기에 나는 예준이와, 아내는 예온이와 같은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리조트는 워낙 크고 아름다웠으며, 방 역시 깨끗하고 안락했다.


여행의 첫날밤

저녁은 급히 검색한 맛집으로 갔다. 바닷가옆 자리에 앉아 파도소리를 듣고 바람을 맞으며 음식을 기다리던 엄마와 아빠는 마치 여수를 떠올리듯 향수를 느끼셨다. 주문한 음식은 양은 푸짐했지만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배고픔을 채운다는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밤이 깊었지만 여행의 설렘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에도 내 머릿속은 다음 날 계획으로 분주했다. "그래, 아직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이 긴장감도 곧 풀리겠지." 혼잣말처럼 다짐했다. 숙소 창밖으로는 어스름이 깔린 바다와 무이네의 밤하늘이 보였다. 긴 여정을 끝낸 보람이 가슴 깊이 밀려왔다. 예준이는 씻고 눕자마자 바로 잠들다 나도 눈을 감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어느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