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마무리하며
지난 시즌 코로나의 여파로 정신없이 시작한 시즌, 그 1년간의 여정이 어느새 마무리에 돌입했다. 물론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지만, 각국의 리그는 최종전을 앞두고 있거나 종료되었다. 슈퍼리그와 코로나 등 축구사를 뒤흔들만한 굵직한 사건들이 유독 많았던 2020-2021 시즌, 주요 리그의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해 살펴보려 한다.
1.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최종전을 앞둔 프리미어리그
일명 ‘니가 가라, 챔스’라고 불리며 4장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두고 언제나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프리미어리그, 그 양상은 올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압도적 승점차로 일찌감치 맨시티가 정상에 등극했고 2위 맨유는 안정적인 승점으로 2등을 확보했다. 남은 티켓은 두 장, 이 티켓을 두고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6팀이 경쟁했다. 안첼로티 2년 차와 하메스 영입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에버튼, 손케듀오가 활약해준 토트넘, 많은 부상 속에서도 자신들의 모습을 유지하던 리버풀, 돌풍의 웨스트햄, 탄탄하던 레스터, 기대 이하였지만 투헬 선임 이후 급격히 달라진 첼시까지. 치열하던 경쟁에서 살아남은 3팀은 첼시, 리버풀, 레스터였다. 남은 티켓은 2장, 싸우는 팀은 3팀, 누군가는 유로파로 가야 한다. 레스터는 최종전에서 만만치 않은 토트넘을 상대한다. 토트넘도 유로파리그 진출을 위해 승리가 꼭 필요하다. 동기부여가 가득할 것이다. 반면 리버풀은 13위 크리스탈 팰리스, 첼시는 11위 아스톤 빌라를 만난다. 이들은 강등과도 유럽 대항전 진출과도 관련이 없기에 비교적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기에 비교적 수월한 경기가 예상된다. 첼시가 67점으로 3위, 리버풀과 레스터는 66점이지만 골 득실에서 리버풀이 앞서서 4위와 5위를 기록 중이다. 한 경기로 바뀔 수 있는 점수 차라서 최종전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 7년 만에 정상에 등극한 AT마드리드, 라리가
지난밤, 양 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리그 최종전이 펼쳐졌다. 1위 AT마드리드에 승점 2점이 뒤진 레알 마드리드는 까다로운 상대인 비야레알을 만났고 AT는 강등이 확정된 바야돌리드를 만났다. 양 팀 모두 결과는 2대 1 역전승, AT는 2013-2014 시즌 이후 7년 만에 라리가 정상에 올랐다. 시즌 초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힘이 빠진 것인지 중후반 흔들렸던 AT였는데 리드를 잘 지키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리그 우승이 확정되고 난 뒤 바르샤에서 쫓겨나듯이 AT로 온 수아레스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레알은 이번 시즌 무관에 그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주요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쉽지 않았던 레알, 지단의 경질설마저 돌고 있기에 다음 시즌에 분명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으로 음바페와 홀란드를 노리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자원들의 이적 링크도 있어 다음 시즌 리빌딩을 할 것 같다. 지단과 함께일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바르샤는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전 메시의 거취 문제와 회장 바르토메우와 관련한 문제, 쿠만의 경질설, 재정 악화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드러냈기에 팬들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은 듯했다. 사비가 감독으로 올 것이라는 링크가 계속 있는 가운데 과연 메시는 잔류할 것인지, 차기 감독으로는 누가 올 것인지, 쿠만을 언제 경질할 것인지, 바르샤는 다음 시즌도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인다.
3. 유벤투스의 연패를 끊은 콘테르, 세리에 A
피를로 감독을 선임하는 도박수를 던진 세리에의 제왕 유벤투스, 아쉽게도 그 변화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리그 득점 선두 호날두를 두고도 1경기를 남긴 가운데 리그 5위까지 떨어지며 무너지고 말았다. 연패를 거듭하던 유벤투스의 빈틈을 파고든 것은 유벤투스 연패 신화의 시작이었던 콘테 감독의 인테르였다. 인테르는 리그 2위 아탈란타와 승점을 10점 차로 벌리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었다. 확실한 주포 루카쿠를 전방에 배치하고 활동량 많은 중원을 토대로 차근차근 승점을 쌓아나간 인테르는 시즌 초반에는 삐걱거렸으나 결국 스쿠데토를 가져오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줬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끈 팀은 부활한 AC밀란이었다. 1경기가 남은 현재 밀란은 76점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세계관 최강자라고 불리는 피올리 감독과 베테랑 즐라탄이 모여 팀을 하나로 모았고 하나로 모인 팀은 강력했다. 리그 1위를 유지하며 엄청난 페이스를 보였으나 시즌 말미로 갈수록 여러 악재가 겹쳐 경기력이 떨어졌고 3위로 떨어졌다. 그래도 부활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리그 최종전 결과에 따라 안정적으로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승점차 1점인 나폴리와 유벤투스가 있어서 최종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올 시즌 밀란의 모습은 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4. 어차피 우승은 바이언, 분데스리가
바이언의 천하가 언제쯤 끝날까.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팀 역시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시즌 중반 나겔스만의 선임과 한지 플릭과의 이별을 발표한 저번 시즌 6관왕, 바이언은 시즌 초에는 코로나 여파인지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귀신같이 회복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나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레반도프스키는 최종전 막바지에 골을 기록해 게르트 뮐러의 리그 최다골인 40골을 넘어서는 41골을 기록해 기록을 경신했다. 홀란드와 산초의 콜라보로 기대를 모았던 도르트문트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으나 그래도 3위를 차지하며 체면은 차렸다. 팀의 주포 베르너의 이탈로 걱정을 모았던 라이프치히는 도르트문트에 1점 앞선 65점을 기록하며 리그 2위를 기록했다. 분데스리가는 사실 우승보다 강등 싸움이 더 관심을 모았다. 독일의 명문 베르더 브레멘과 샬케 04가 충격적인 강등을 당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샬케는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팬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다음 시즌 분데스리가에 샬케와 브레멘은 없지만 나겔스만의 바이에른 뮌헨은 볼 수 있다. 티아고의 이탈에 조금은 약해진 중원과 이탈자가 많은 수비라인, 레반도프스키 의존도가 너무 큰 공격라인을 나겔스만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5. 릴의 꿈은 이루어질까, 리그 1
프랑스의 최강자, PSG가 흔들린 이번 시즌이었다. 시즌 중반에 결정된 기존 감독의 경질과 포체티노의 선임, 음바페의 꾸준한 이적설, 네이마르의 잦은 부상 등 팀의 주축 자원들에게 악재가 조금 많았던 파리였다. 음바페가 리그에서만 26골을 기록하며 팀의 주포로 활약을 해줬지만 아쉽게도 팀은 릴에게 1점 차로 밀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1위부터 4위까지 승점이 4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파리와 모나코의 역전 우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릴이 좋은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이다. 릴은 일명 프랑스의 도르트문트로 불린다. 파리에 밀려 2위를 기록한 경우가 많았던 릴, 이번 시즌에는 10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팀의 주포였던 빅터 오시멘을 나폴리로 보내고 조나단 데이비드를 클럽 레코드로 영입했던 릴은 탄탄한 수비와 중원, 데이비드와 이코네가 이끄는 공격을 원동력으로 파리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빅클럽과 링크가 있는 가운데 최근 릴의 재정난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현재 릴의 재정난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프랑스의 명문 보르도가 파산했다는 기사가 같이 나오면서 팬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그렇기에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리그 우승이 필요해 보인다. 우승컵의 주인공은 최종전에 결정될 것이다. 채널을 돌릴 수 없을 것 같다.
이제는 관중이 없는 경기가 익숙할 정도로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축구계 곳곳에서 재정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전혀 모르는 곳에서부터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곳까지 재정적인 심각성이 높아진 가운데 각 팀에게 재정비 시간이 다가왔다. 아직 일정이 남은 팀도 있고 마무리된 팀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모두가 고생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다음 시즌에는 팬들의 함성소리로 가득 찬 열정 넘치는 경기장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