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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Sep 06. 2021

매각의 중요성

어쩌면 영입보다 더 중요할지도

 최근 당근 마켓을 필두로 한 중고 거래 붐이 일면서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우리 생활에 더욱 친근해졌다. 필자 역시도 입지 않는 괜찮은 상태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중고 거래한 적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돈으로 변하니 금액과 상관없이 만족감이 상당했다. 축구에서도 이는 똑같이 적용된다. 이적시장을 통해 그동안은 좋은 선수를 잘 사는 팀이 이적시장의 주인공이었다면 코로나 시국이 펼쳐진 지금은 잘 사는 건 기본이고 잉여자원을 적정한 가격으로 잘 이적시키는 것, 매각을 잘하는 팀이 이적시장의 주인공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매각은 팀 재정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대형 이적과 고액 주급자가 많은 빅클럽일수록 매각작업은 더 중요하다. 잉여자원을 매각해서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를 좋은 이적생으로 채우는 일종의 순환이 잘 이뤄져야 자연스러운 스쿼드 개선이 이뤄진다. 매각작업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적생만 늘어난다면 이적료와 주급과 같은 선수단 재정과 관련된 부분의 부채가 쌓일 수 있고 이는 클럽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돈은 써야 할 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팀이 있다. 바로 FC바르셀로나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필두로 지난 10년간 축구계를 지배해왔다. 바르셀로나 유스에는 언제나 최고의 유망주가 넘쳐났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선수단은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유스 출신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맡고 있었고 매각작업도 원활히 이뤄졌기에 메시의 주급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져도 이를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 바르셀로나가 바르토메우 회장이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매각작업은 지지부진했고 이적시장에서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데에 힘쓰곤 했다. 물론 그간의 슈퍼스타 영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치 라이벌 팀인 레알 마드리드가 하는 갈락티코 정책을 보는 듯 슈퍼스타를 마구 영입했다. 물론 네이마르를 PSG로 이적시켜 얻은 천문학적인 이적료 수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쿠티뉴, 뎀벨레, 그리즈만을 1000억이 넘는 이적료로 영입하고 기존 선수단의 규모를 줄이지 않는 것은 바르샤에게도 부담이었다. 메시의 천문학적 주급, 지속적인 거대 이적, 기존 선수단의 주급 상승, 지지부진한 매각, 여기에 코로나가 겹쳐 바르셀로나의 부채는 감당하기 힘들 수준으로 치달았다.


출처 : 네이버 뉴스


 그 결과가 지난 몇 번의 이적시장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아르투르는 피야니치와 스왑딜 형태로 바르샤를 떠났고 이제 포텐을 터트려 팀에 남으려던 에메르송 로얄은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토트넘으로 향했다. 그리즈만은 임대의 형태로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복귀했고 고액 주급자 수아레즈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떠났다. 팀의 주축들을 모두 내보내고도 라리가 샐러리캡 기준에 맞출 수 없자 피케를 비롯한 기존 팀의 고참들은 주급을 삭감해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팀의 중심, 바르셀로나 그 자체, 리오넬 메시의 주급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리로 보내야만 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이런 격변의 이탈을 맞이하는 가운데 정작 매각해야 하는 자원들은 팀에 남고 말았다. 폼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는 쿠티뉴,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는 뎀벨레와 움티티, 불안한 수비력의 랑글레 등 팀의 잉여자원이라 불리는 선수들을 제대로 매각하지 못했다. 몇몇 팬들은 이적시장에서의 이러한 행보를 보고 바르셀로나의 암흑기가 다시 찾아왔다며 한숨을 쉬곤 했다. 어쩌면 진짜 바르셀로나 암흑기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메시는 떠났고 경영진은 부채 규모를 줄이는 데에 급급하다. 팀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이 팀을 떠나고 있다. 팀의 미래가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적시장에서의 패착, 원활하지 못하던 매각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바르셀로나의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좋은 영입만큼 중요한 것이 좋은 매각이다.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야 썩지 않는 것처럼 영입과 매각이 자연스레 흘러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이적시장, 매각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 이적시장의 승자는 영입이 아닌 매각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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