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컨디션도 다운되어 있다. 여느 때처럼 자동차로 딸아이 등교를 시켜주고 잽싸게 이불로 다시 들어가 10시 30분까지 잤다.
'왜 이렇게 몸이 무겁지?'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 불구하고 피곤기가 가시질 않는다. 머리도 계속 아프고, 왼쪽 날개쭉지까지 아팠다.
야간 근무를 하고 나면 정상 컨디션을 회복 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머리가 아픈 일은 없었다. 모레 있을 아마추어 골프대회 참가하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그런가? 생각하면서 오전 운동을 마치고 점심으로 아내와 함께 국수에 김밥을 한 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볕 잘 드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나에게 일어난 두통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상하게 오늘은 머리가 아파 ㅠㅠ.
모레 골프대회 때문에 부담이 된 건지 영 컨디션이 안 좋네"
"대회에서 잘해야 한다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
골프를 시작한 지 5년. 남들처럼 재미 삼아하는 골프가 아닌 나름의 목표가 있어 올해에는 반듯이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생활체육 지도사' 골프 시험에서 안타깝게 떨어진 뒤 긴장과 압박감을 떨쳐내기 위해 올해부터 골프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몇 차례 예선을 걸쳐 예선 4등을 했고, 모레는 최종 예선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최종 예선 참가자 76명 가운데 16등 안에 들어야 전국 아마추어 대회 본선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그만큼 기대가 큰 대회라 연습도 신중하게 하고, 평소와 다른 마음으로 골프에 임하고 있다.
두통이 생긴 것도 모레 대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모르고 있던 내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회 이틀 앞두고, 갑자기 야간 특근이 잡혔다. 대회를 위해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특근을 하게 되면 컨디션회복에 차질이 생겨 대회를 망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냥 대회를 즐기면 안 돼? 잘해야 되는 거야?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했을 때 잘 한 경험은 있어?"
"그렇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안되더라. 잘해야 한다는 책임, 의무감이 들어서 힘들어 가고 제대로 된 스윙도 못하는 거 같아. 그냥 하던 대로 해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데 굳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망칠 수 있겠지."
"갑자기 특근하게 되는 것도 대회 참가비 벌고 대회도 나가고 얼마나 잘 된 거고? 그래 생각하면 안 되나?"
"대회 나가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게 들긴 해."
대회에 앞서 갑자기 특근을 하게 되면 게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과 걱정이 나를 피곤하고 두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이고, 특근하더라도 평소처럼 운동하고 푹 자고 나면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데 왜 내가 없는 걱정을 미리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내 말처럼 특근해서 대회 비용 마련까지 하고 잘된 일이라 생각하면 될 일을... ㅎㅎ
따뜻한 햇빛 아래서 아이스커피 한잔씩 마시고 집에 들오 왔는데 두통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놀랍고 신기했다.
참 희얀한 일도 다 있다.
내게 일어난 일들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내 마음을 읽기만 했는데 마음이 편안해 지다니...
매번 그렇지만,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어떻게 생각할 때 내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지 이해하면 이렇게 통증들이 하나같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늘도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