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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진 Jun 19. 2024

감칠맛 나는 한국어와 심심한 영어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우리 맛의 ‘감칠맛’을 영어 사전에 찾아보면 umani(우마미)라는 일본어가 나온다. 이 맛은 1908년 일본의 과학자 이케다 키쿠나에가 다미마 육수를 연구하면서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이 우마미 맛의 원천임을 확인 한후 글루탐산나트륨(MSG)을 생산하는 방법을 특허 받아 전 세계 여러 요리에서 널리 사용되면서 감칠맛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단어로 자리 잡았다. 만약 우리 나라 과학자가 먼저 특허를 냈다면 우마미가 아닌 ‘감칠맛’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데에 있어서 두 가지의 어려움과 한가지의 실망감을 느낀다. 영어 문법, 신조어가 두가지의 어려움이며 감칠맛 나는 영어식 표현이 없다는 실망감이다.



한국어는 내용 전달에 그다지 문제가 없으면 문법이 틀려도 굳이 문제 되지는 않지만, 영어는 문법이 틀리면 내용 전달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보고싶다 니가’, ‘나는 니가 보고싶어.’ ‘나는 보고싶어 니가’와 같이 어순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바꿔지는 어순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감칠맛이 약간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요즘 MZ 세대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디토하다(동감하다, ditto), 사바사(사람마다 다르다) 등 마치 외국어처럼 들리는 신조어들이 점점 많다. 심지어는 한 외국인의 ‘너무 예쁘다’의 발음이 ‘농협은행’처럼 들려 이것이 밈으로 퍼지면서 ‘너무 예쁘다’를 ‘농협은행’이라도 표현하는 신조어 까지 등장하였으며 이 때문에 ‘귀엽게 생겼다’는 ‘기업은행’이라고도 한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문법을 중요시 하는 기본 원칙이 있지만 문법을 신경쓰지 않는 표현들도 몇 가지 있다. 이는 격식을 갖춘 말이 아닌 일반적인 회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1. 부사 대신 형용사

Drive safe (운전 조심해!) Drive safely

Go slow (천천히 가!) Go slowly

Come quick (빨리 와!) Come quickly

I feel bad. (기분이 나빠) I feel badly.

I did good. (나 잘 했어). I did well.

I am good. (잘 지내) How are you?로 물을 때. I am well.


2. ‘나’먼저 (주격이 아닌 목적격)

me and my friend (나랑 내 친구) My friend and I


3. 단수동사 무시

She do fashion. (그녀는 패셔니스타야) She does fashion.

This color pop up. (이 색깔 튄다). This color pops up.


3. not 있기 없기?

I ain't got no money. (나 돈 없어), I don't have any money.

I could care less. (나 관심 없어). I couldn't care less.



[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문법에 틀린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심지어 이 표현이 왜 문법에 틀렸는지 모르고 쓰는 원어민들도 적지 않다. 영어 학습자들에게는 문법에 맞고 틀리고 상관없이 그냥 암기를 해야 한다는 슬픈 결론이다.



여기서 세대를 표현하는 X, M, Z 에 대해 정리해 보자. 세대를 알파벳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X 세대부터이다.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코플랜드(Douglas Coupland)의 1991년 소설 'Generation X: Tales for an Accelerated Culture(제너레이션 X: 가속화된 문화를 위한 이야기)‘에서 대략 1965년에서 198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표현하면서 X세대라는 말이 대중화 돼있다.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X의 다음 알파벳인 Y세대라고 하였으나 밀레니엄 전환기에 성인이 되었기에 ‘Y세대’ 보다는 ‘밀레니엄 세대’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였다.



Z세대는 Y세대 다음에 이어지는 세대로 1997년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였다. 그렇다면 MZ 세대는 1981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는 한국식 표현이며 영어는 Z세대만을 Generation의 Gen과 Z를 사용하여 Gen Z 세대라고 부른다.



신조어는 설명이 없어도 그 의미가 짐작되거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센스있게 창조되기도 하고, 누군가가 시작된 것이 밈으로 유행시켜 신조어로 자리 잡기도 한다. 톤팔질팡(본인에게 맞는 컬러 톤을 찾지 못함),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사바사(사람마다 다르다)’와 같이 라임(rhyme)이 있는 표현에서부터 ‘억까(억울하게 까이다)’, ‘디토한다(동감한다 뉴진스 노래 ditto에서 유행)’,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금하고 센스있게)’, ‘캘박(캘린더에 박제)’와 같이 줄임말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말처럼 감칠맛이 없긴 하지만 ‘꾸안꾸’를 영어로 굳이 표현한다면 ‘effortlessly chic’이라고 할 수 있다. “She looked effortlessly chic in double denim. (그녀는 청청패션으로 꾸안꾸를 연출했다.)”



언어의 마술사는 기발한 생각을 가진 젊은 세대가 그 주역인 임과 동시에 한국어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언어는 찾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 Soojin Cho (조수진)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 / 이사


-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 펜실베니아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스톡홀름 경제대학교 대학원


- www.u-toeic.com 조수진 영어연구소 소장


- 베스트 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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